▲포털사이트 가격비교 검색에서 나타난 진단키트 가격. 서울시가 구입한 키트 1개당 평균 가격(4887원)보다 800원 이상 저렴하다.
신상호
시판 제품의 개당 5290원으로 서울시가 사들인 5개 세트 가격(개당 5390원)과 비교하면, 100원 정도 저렴하다. 서울시가 구매한 5개 세트가 포장 인건비를 반영하면서 가격이 비싸진 점을 감안하면, 2개 세트 가격은 더 비싼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는 11만개 수량을 대량 구매했기 때문에, 더 싸게 구입할 여지도 분명히 있었다. 지난달 21일 열린 서울시의회에서도 같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영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진단키트를) 20만 개 구매하는데 인터넷에서 하나 구매하는 것보다 비싸게 구매하고 계약서도 안쓰고"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박유미 시민건강국장을 상대로 "인터넷에 들어가보세요 20만 개 구매하면 보통 몇프로 싸게 합니까"라며 "임상실험도 계속 진행하는 것을 20만 개 덜커덩 샀는데 인터넷에 낱개 구매보다 비싸게 샀다"고 질타했다.
사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구매를 추진하면서 탈이 난 셈이다. 서울시는 진단키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을 납품받는 등 기본적인 행정 절차도 무시해 비판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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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제 서울시의회 의원은 "서울시가 바가지를 쓰고 제품을 산 건인데, 그만큼 진단키트 사업이 시급했던 사안이었나"라고 반문하면서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추진해 바가지를 쓰고 그 과정에서 예산 집행 과정도 부실해, 하나의 나쁜 선례가 됐다"고 꼬집었다.
서울시가 뒤늦게 제품 가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소용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체에 항의했는데, 자기들은 (시중에) 그렇게 싸게 공급하지 않았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명확한 답변을 얻진 못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도 키트 공급업체인 휴마시스 입장을 듣고자 대표 전화번호로 수차례 연락했지만, 업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바가지'를 쓰면서 무리하게 추진했지만, 진단키트 사업이 계속 추진될지도 미지수다. 정상훈 서울시 비서실장은 지난 23일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진단키트사업 계속 진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건 결정이 안됐다"며 "앞으로 상황에 따라서 이 사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인제 의원은 "서울시가 수요 조사도 제대로 안한 셈인데, 예산 낭비를 떠나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코로나19 방역 흐름과는 전혀 맞지 않는 정책을 고집한 것으로 당장 폐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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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최저 판매가보다 비싸게... 진단키트 바가지 쓴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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