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이스트 이아무개씨가 2017년 국제대회에서 받은 상
제보자 제공
피아노 연주자로 살아왔던 이씨는 이십대 중반이 돼 본격적으로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다른 타투이스트에 비해 다소 늦은 출발이었지만, 이씨에게는 그림에 대한 숨은 재능이 있었다.
"미술 학원도 다니고 일러스트도 배웠다. 그러다가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혼자 공부하며 익혔다. 연습이 필요해 내 다리에 스스로 타투를 새기기도 했다. 이렇게 5년을 준비한 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이어왔다. 2017년 국제미용기능경기대회 타투 일반 부분에서 대상을 받았다. 같은해 한국미용기능경기대회에서도 금상을 받았다. 이후엔 전국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충남에 살던 타투이스트 이씨에 대한 소문은 금세 퍼졌다. 지역에서 그를 찾는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블랙앤그레이 타투 전문가로 명성이 쌓이자 스포츠 선수를 비롯해 가수, 유튜버, 의사 등이 그가 사는 곳까지 찾아와 타투를 요청했다. 실제로 그가 그린 부엉이와 고양이 타투는 유명하다. 선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9년 9월, 경찰의 위장수사와 압수수색 후 타투이스트로서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
"오전 9시였다. 커플 타투를 새긴다고 전날에 연락이 온 고객이 왔다. 문을 여는 순간 압수수색 영장을 건네면서 밀고 들어오더라. 휴대폰부터 빼앗고. 나중에 보니 누군가 국민신문고에 올렸다고 하더라. 이에 따라 수사가 이뤄진 것이고. 솔직히 그림 하나 좋아서 그랬던 건데. 이런 상황이 올 줄은 정말로 상상도 못했다."
범법자가 된 이씨는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약물을 복용하고 치료를 받았지만 우울증은 더 심해졌고, 극단적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이씨는 "가장 잘하는 거, 하고 싶은 거, 고객들 행복하게 해주는 거 했을 뿐인데 범법자가 돼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 너무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타투이스트로서의 삶을 접은 이씨는 이후 빵집에 취직했다. 이마저도 몸에 타투가 많이 새겨졌다는 이유로 정말로 힘겹게 얻은 직장이었다. 하지만 타투를 할 수 없게 된 이씨의 불안증세는 더 심해졌다. 결국 이씨는 '몸에 그리지 못하니 손톱에라도 그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동료들이 운영하는 타투숍에 연습실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게 빌미가 돼 지난 6월 이뤄진 위장수사를 통해 동료들과 함께 적발됐다. 이로 인해 이씨는 2019년 12월 선고 이후 1년 6개월 만에 다시 경찰수사를 받게 됐다.
이씨는 <오마이뉴스>를 만나 "억울하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저 진심 다해서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산 것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가중처벌에 따른 실형이 걱정이다.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그게 제일 두렵다."
그러면서 이씨는 "여성 타투이스트로서 살아오며 타투가 한국에서 불법인 것을 알고 이를 악용하는 고객들도 너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성추행과 성희롱 역시 빈번했다"라고 밝혔다.
"성희롱은 솔직히 너무 많아서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팔에 타투를 새길 때면 가슴에 손을 대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담 과정에서 카톡으로 무례하게 구는 경우도 너무 많다. 이를 지적하면 오히려 손님은 '신고도 하지 못하는데 왜 자꾸 문제 삼냐'고 협박을 한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이유를 막론하고 타투가 반드시 합법화 돼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타투유니온 소속인 이씨는 이날 인터뷰에 앞서 민변 소속 변호사를 만나 검찰의 추가 기소에 대비했다.
1992년 이후 의료인이 하지 않은 타투는 모두 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