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두개구진 어린아이모습인 자갈치시장 어머니 막두
서경숙
이번 주 책은 그림책 <막두>이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장난꾸러기 어린아이가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인 줄 알았다. 책을 빌려 놓고 읽지 못 하고 있었는데, 모임 전날 책을 읽지 못한 회원을 배려한 한 분이 책을 읽어주는 동영상을 올려줘서 먼저 동영상으로 두 번을 들었다. 책을 다시 읽으면서 막두가 겪은 삶의 아픔이 내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다.
이 책의 배경은 부산의 자갈치시장이다. 막두 할매는 자갈치시장에서 60년을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하면서 살았다. 막두는 10살 때 전쟁이 났고 피난길에 식구들을 잃어버렸다. 엄마의 한 말을 기억하고 부산의 영도다리까지 끝도 없이 걸어 걸어서 도착했다. "막두야, 우리가 잃어버리면 부산 영도다리에서 만나자."
막두는 종소리와 함께 영도다리 올라가는 모습에 놀라 그 자리를 피했다. 오마니, 아바이를 불러보았지만 찾지 못하고 영도다리를 떠나야 했고, 영도다리가 보이는 자갈치시장에서 10년, 20년, 30년, 40년, 50년, 60년을 살았다.
60년 동안 자갈치시장에서 거친 말과 거친 행동으로 생선 장사를 하고 있지만, 단골손님에게는 마음을 전할 줄 아는 따뜻한 막두 할매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기에 손님들의 부모 형제까지 살뜰하게 챙겨주는 막두 할매다.
60년이 지난 후 새로이 개간한 영도다리가 종소리와 함께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오마이, 아바이 참 대단하죠, 막두도 대단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한 줄의 내용에서 60년의 설움과 고단함과 그리움이 다 담겨져 있어서 울컥했다.
어머니라는 이름, 그들의 삶을 생각해 보는 시각이었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자신의 삶은 없었을까? 항상 자기 자신이 아닌 가족을 생각하고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 주시는 어머니를 막두를 통해 돌아보게 되었다. 가족에게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어머니의 삶은 행복한가? 불행한가?
나 또한 세 아이의 엄마이지만, 희생이 당연하다고 살지는 않는다. 나의 삶 속에는 지난 날 어머니의 당연한 희생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나도 엄마이기 때문에 부모가 자식 사랑하는 마음과 행동은 어머니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있다.
선생님들의 생각 정리를 보면, 막두와 같은 어머니들은 어떤 거대한 드러나는 결과물을 보고 사시는게 아니라 삶의 소소한 부분에서 그들만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그것이 당연히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생으로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