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오른쪽).
오타와 AP=연합뉴스
5년간 기숙학교 생존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온 '진실화해위원회'는 기숙학교 프로그램을 '문화적 집단 학살'이란 말로 표현한다.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무덤들이 더 많이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발간된 이 위원회의 보고서에는 추악한 과거사를 해결하고 170만 원주민을 공정하게 처우하기 위해 캐나다가 취해야 할 94가지 조치들이 제시된 바 있다. 진실과 화해의 여정에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열악한 건강, 교육, 경제 상황에 놓여있는 원주민들에게는 아직도 더디고 부족하게만 느껴지고 있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철저한 억압과 금기 속에 갇혔던 아이들. 그들은 자신의 문화를 야만적이고 열등한 것이라 칭하는, 본래 이방인이었으나 주인이 돼버린 이들로부터 모진 학대와 방임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어른이 되지 못하고 영영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2021년이 돼서야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로 인한 분노와 슬픔의 분위기 속에, 이번 캐나다 데이는 예년과 사뭇 다른 모습을 띄게 됐다. 캐나다 데이가 되면 각지에서 축하식이 벌어지고 밤늦은 시각까지 폭죽 소리가 들려오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에는 기념행사를 취소하자는 움직임이 번져왔다. #CancelCanadaDay(캐나다 데이를 취소합시다)라는 슬로건 아래 B.C주, 앨버타주, 온타리오주, 마니토바주에서는 캐나다 데이인 7월 1일 많은 집회들이 계획됐다.
원주민 권리 단체인 '아이들 노우 모어(Idle No More)'는 현수막 내리기, 농성, 원무(원을 그리며 추는 춤) 등을 통해 기념식을 저지할 것을 촉구했다. 서스캐처원 지역의 사회활동가 프레리 크로우는 원주민들의 슬픔을 드러내는 계기로써 캐나다 데이를 이용하고자 한다. 매리벌 기숙학교에서 발견된 무덤의 개수인 751개의 백팩을 모아 의회에 전시할 예정이다. 캐나다 데이가 그저 건국을 축하하는 날이 아닌, 애도하고 반추하고 치유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날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처럼 캐나다 데이 행사의 방향을 바꾸어 화해교육과 숙고에 초점을 두려는 움직임이 캐나다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금요일 담화에서, 캐나다 데이를 축하할 수 없는 이들을 존중하고 귀 기울이면서 캐나다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기로 서약하자면서 이번 캐나다 데이는 '숙고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캐나다 데이가 축하 뒤에 가려진 슬픔의 시간을 기억하는 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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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학교 주변서 발견된 751개 무덤... 캐나다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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