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의원실에서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2019년 성범죄자 양형기준 사유 분석
용혜인 의원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에서 대법원에 요청하여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양형 기준 적용을 받았다고 기재된 성범죄 4725건 중 3420(70.9%)이 감경 사유인 '진지한 반성'이 채택됐다. 장애인과 13세 미만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서도 65%와 69.2%의 성범죄자들이 '진지한 반성'을 인정받았다. 이 모든 수치는 성범죄 재범률 60%라는 현실적인 수치와 대조된다. 용혜인 의원은 이에 대해 "인터넷 검색만 잠시 해봐도 성범죄자들을 위한 반성문 대필 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고 언급하며 "2000원이면 예시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고, 5만 원이면 반성문 대필이 가능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반양형인자보다 조금 더 실제 양형에 반영될 확률이 높은 특별양형인자에 포함된 '처벌불원'도 문제이긴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처벌불원'은 피해자와의 합의 과정을 통해 판단된다. 심지어 실제 합의를 이루진 못하더라도 '합의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판단되면 감경 요인으로 인정된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합의를 종용받거나 연락을 받는 경우도 많다. 이 과정에서 2차적인 피해를 입는 피해자도 발생하고는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처벌 불원'이 모든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디지털 성폭력은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도 많다. 이때 전체 피해자 중 일부의 피해자는 합의를 진행했거나 원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일부의 피해자는 합의를 진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는 피해자들 중 일부는 자신이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확률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피해자가 2명 이상일 시 '처벌 불원'을 어떻게 판별할 것인지의 기준이 마땅히 정해진 바 없다. 국회 토론회 '디지털 성폭력, 양형부당을 말하다 : 피해자 관점에서 본 양형기준' 자료집에 따르면 전주지방법원 2019. 7. 17. 선고 2019고합135 판결에서 피해자 3명 중 1명의 처벌불원 의사만 확인했고, 나머지 피해자 2명은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해 피고인이 합의할 기회를 갖지 못했음에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판정한 선례도 존재한다. '처벌 불원'은 이 때문에 명확한 기준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집행유예 기준은 더욱 문제가 많다. 지난 12월 확정된 디지털 성폭력 집행유예 기준에 따르면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 피고인의 구금이 부양가족에게 과도한 곤경을 수반, 동종전과 없고, 금고형의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가 없으면 집행유예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박사방' 주요 가해자였던 조주빈은 장애인 종합복지관을 비롯해 5개 시설에서 55회에 걸쳐 봉사활동을 했고, 여아 살해를 모의하고 조주빈의 주요 공범이었던 사회복무요원도 장애인 봉사활동을 한 바가 있다. 이들의 과거 행적이 이들의 교화나 반성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집행유예 기준의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하다'라는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는 2심 재판에서 결혼으로 부양가족이 생긴 점을 참작하여 낮은 형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 송환 재판이 불허가 난 후, 상대방이 혼인 무효 소송을 내서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이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지, 그리고 결코 진실을 밝힐 수 없는지를 보여주는 주요한 사례로 존재한다.
3. 양형 범위의 모순 – 있으나 마나한 권고 양형 범위.
처음 디지털 성폭력 양형기준안이 공개되었을 시 일부 언론들에서는 아동·청소년 성적 착취물에 관한 범행을 저지른 사람에게 내릴 수 있는 최대 형량이 29년 3개월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러한 계산식은 해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다수범인 경우 가능하다.
쉽게 말하여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한 사람이 가중영역의 권고를 받고(7년에서 13년형) 다수범이어서 형량범위 상한이 1.5배 높아지고(7년에서 13X1.5년형) 여기에 덧붙여 특별 가중되어 형량범위의 상한이 또 1.5배 높아진다면(7년 형에서 13X1.5X1.5, 즉 29년 3개월) 이론상 29년 3개월 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판사가 이후 작량감경을 할 수 있기에 명확하지는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양형 기준의 모순점은 또다시 발생한다. 판사가 애초에 7년 형에서 29년 3개월 중 아무 형량이나 내려도 양형기준상 올바른 판결을 내렸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권고 형량 범위의 하한을 그대로 둔 채 상한만을 가산하는 형식의 특별 가중과 권고 형량 범위의 상한을 그대로 둔 채 하한만을 감산하는 형식의 특별 감경은 모두 지나치게 긴 권고 형량 범위를 낳는다. 이러한 '권고 형량 범위'는 따라서 판사의 판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결론 : 정의로운 양형 기준을 위한 제안
정의로운 판결을 위해서는 양형 기준 변경이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올라와야 한다. 우선, 성폭력 양형기준의 감경영역 하한을 법정형으로 맞추고, 전체 형량을 높이는 것이 진행되어야 하며 지나치게 넓은 권고 형량범위를 조정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지금과 같이 감경영역과 기본영역, 가중영역으로 형량 범위를 나누는 것이 아닌 감경영역과 기본형량, 가중영역으로 형량을 나누는 것도 고민해볼 만 하다. 지나치게 넓은 양형 기준은 오히려 '제멋대로 판결'을 부추기는 문제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결문에 어떠한 양형기준상의 사유로 감경·가중을 선택했는지 명확히 기록될 필요성도 존재한다. 특히 어떠한 사유로 집행유예를 결정했는지 판결문만 보아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떠한 기준에 따라 감경 혹은 가중을 선택했는지, 집행유예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적시된다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것과 더불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편이다.
양형기준상 감경 범위를 선택한 이후에도 판사가 맨 마지막 결과로서 작량감경을 가능하게 한 현행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미 감경영역 상 형량을 결정한 이후 판사가 작량감경을 다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는 지나치게 판사의 판단만을 근거로 법 집행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양형기준의 감경 요소 자체를 성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설정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피해자의 피해를 경감시킬수도, 가해의 내용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음에도 가해자의 '배경'을 고려하는 감경 요소는 용인되지 않아야 한다.
수만 건의 성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범죄자가 초범이기에,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했기에 감형되는 것은 국민들의 법 감정에 심각하게 유리되어 있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성범죄자들이 감형을 받는다면, 공범들의 체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등 실질적인 해결에 기여한 경우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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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정치에 관한 책 <판을 까는 여자들>과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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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판사들은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유리한 판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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