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국회에서 열린 제1차 4.7 재보선기획단 회의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박성민 청년비서관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젊은 세대는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2~3년씩 수험생활을 한다"라면서 선출직에 출마할 정치인에게 '자격시험'을 보겠다고 말해 '정치인 자격시험'이 이슈가 됐다. 이번 박성민 청년비서관 임명을 5급 공무원과 비교한 것이나 "정당 활동 외 별다른 취업 활동도 없어"라고 비판한 여론은 역시 '정치인 자격시험'의 연장선이다.
학벌과 취업 경험 없이도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과정은 불공정해 보일 수 있다. 정치인은 왜 다른 직장과 달리 아무런 자격시험이 없을까? 우린 대의제를 채택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성별, 연령별, 직종별 다양한 목소리가 모여야 하는 의회에 시험이라는 자격을 둔다면 저소득층, 장애인, 노동자, 청년, 노인은 정치라는 무대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치인이 되기 위한 '규정'을 두지 않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정치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대신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어 표를 획득해야만 한다. 이처럼 정치인 자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청년'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되려면 당적을 두는 게 낫다. 당적 없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지만 당적을 두는 것이 여러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입당하면 당내 활동을 해야 한다. 거의 모든 정당에는 대학생/청년위원회가 있다. 대부분의 대학생/청년위원회에는 예산도 인사권도 없는 유명무실한 기구에 불과하지만 '열심히' 활동한다면 당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구의원 같은 기초의원 인사권은 지역구 국회의원 또는 지역위원장의 입김에 주로 좌우된다. 따라서 기초의원부터 성장해보고 싶다면 동네 지역위원회 활동도 하면서 이분들 눈에 '잘' 띄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흔히 부모님들이 이야기하는 정치의 더러움과 비열함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정치의 환멸을 느꼈지만, 여전히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면 당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친구들과 함께 2017년 청년정당 미래당을 창당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간혹 당에서 공개 모집하는 '(청년)대변인'에 지원해 발탁되는 방법도 있다. 정치인 친구를 둔 부모님 '빽'으로 당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겠다. 하지만 난 이런 경험이 없어 이 부분에 대한 방법은 생략한다.
청년들의 의회 진출의 장벽이라면 출마 비용일 것이다. 제일 작은 선거 단위인 기초의원 출마도 수천만 원의 선거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낙선하더라도 15% 이상 득표했다면 선거비용은 전액 환불받을 수 있으며, 특히 거대정당에서 출마한다면 돌려받을 확률은 높아진다. 미래당의 경우 이러한 장벽을 허물기 위해 내년에 출마하는 청년 후보에게 올해 4월부터 '정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고 내년 선거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돈이라는 장벽이 있긴 하지만 이 마저도 잘 찾아보면 해결할 방법은 존재한다.
대부분 우리가 흔히 이름 들어본 '청년'정치인들 가운데 당내에서 성장한 정치인들은 이런 과정을 거쳤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박성민 청년비서관을 비롯해 장경태 민주당 의원,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위의 길을 걸은 정치인이다.
학력·취업 경험도 불필요한 정치인, 다 같이 도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