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백에 담아 놓은 완두콩까놓은 콩을 지퍼백에 넣어 냉동고에 저장한다.
이숙자
6월에는 마늘도 나오는 철이라서 마늘도 사서 까야한다. 까서 빻아 냉동고에 보관해야 일 년을 먹고 딸들도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고 준비해 둔다. 우리 집 냉동고는 먹거리로 필요한 걸 저장해 놓는 보물 창고다. 딸들이 친정에 왔을 때 필요한 걸 주어야 엄마도 딸들도 마음이 흐믓해진다.
직장 생활하는 딸들은 하루하루 삶이 바쁘고 집에서 손으로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없다. 사람이 먹고사는 일은 참 복잡하다. 집이란 사람이 먹고 자고 쉬는 공간이면서 말 그대로 생존의 공간이다. 그 속에서 사람이 쉼 없이 움직임이 있어야 집도 숨을 쉬며 활력이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집은 온기가 없어 냉랭하기만 하다. 주부가 부지런히 움직여 집안에 훈훈한 온기를 만든다.
지난번부터 큰 집에서 가져온 마늘이 베란다에 놓여있는 게 마음에 걸렸다. 시숙이 "마늘 바로 까야해, 오래 두면 썩을 수 있어" 당부를 하면서 농사지은 마늘을 주셨다. 며칠 전에 조금 깠는데 힘들어 다 못 까고 남겨 놓은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해야 할 일은 해야지 남겨놓으면 숙제 같다.
사람이 살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종류가 많기도 하다. 철마다 준비해 놓아야 하는 것들도 때를 놓치면 먹을 수 없어 낭패를 볼 수 있다. 오늘 다 까야지 싶어 마늘을 물에 넣고 뿌리를 제거하고 쪽을 나누어 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