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빵어렸을 땐 쇠로 된 채반에 밀가루 반죽을 통째로 넣고 찌면 반달처럼 부풀어 올랐다.
김인철
"와, 어렸을 때 먹던 그 맛이에요."
"아이고, 다행이다. 이제부턴 자주 해줄게. 맘껏 먹어."
숨 넘어가듯 세 개를 먹었다. 요즘 나오는 빵에 비하면 너무 달지도 않고 맛은 되려 밋밋하다. 길거리에서 파는 옥수수 빵과도 식감과 맛이 다르다. 떡처럼 쫄깃하지도 않고 카스텔라처럼 부드럽지도 않다. 막걸리 향이 코 끝을 스친다.
어릴 때처럼 꼭꼭 숨겨두고 먹을 필요는 없다. 마트, 편의점 등 주변에 먹을 것도 많고 빵도 예전처럼 즐겨 먹진 않는다. 그렇지만 오늘 어머니가 삼십년 만에 직접 만들어 주신 술 빵은 내게 더욱 특별하다.
추억과 함께 부풀어 오른 술 빵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가슴 한편이 서늘해진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을 먹을수 있는 날들이 많지 않아서 일 것이다. 연세에 비하면 아직 정정하시지만 마음이 불안하다.
나날이 연로해지시는 어머니를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 주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뿐이다. 이제 술 빵은 그만 먹어도 되니 당신이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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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년 만에 어머니가 해주신 '술 빵'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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