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학살임시추모공원에서 열린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1주기 제22차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유족대표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
오마이뉴스 장재완
"1950년 6월/ 폭탄소리 들려오는 내 조국/ 꽁꽁 묶여 끌려가는 이 길 /아마도 세상의 끝자락인 듯/ 사랑한 내 조국 대한민국/ 무슨 일로 엉키고 엉키어/ 풀어놓을 시간도 없이/ 마지막 길을 걷고 있는가..."
"총탄소리 천지를 뒤 흔들 때 / 피와 눈물로 고랑 만들고 / 꺾이고 짓밟힌 꿈과 함께 /나란히 긴 무덤 만드셨네 / 반세기 긴 세월 / 뼈들도 삭고 삭아 / 이름도 뼈도 / 하나씩 하나씩 흔적 지우네..."(신순란 시인의 '골령골아' 중)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에 시인의 시가 울려 퍼졌다. 71년 전 이 때 즈음 시인의 오빠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이 곳으로 끌려와 학살됐다. 70년이 지나도 오빠에 대한 그리움은 사그라지지 않고 시가 되고 노래가 되었다.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학살임시추모공원에서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1주기 제22차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진행됐다.
산내학살사건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 6월과 7월 대전형무소 재소자를 비롯한 보도연맹원 등 민간인 4000~7000여 명이 한국군경에 의해 학살된 사건으로 단일사건으로는 국내 최대의 민간인 학살사건이다.
정부는 이곳 골령골에 전국 민간인희생자를 추모하는 국가단위 위령시설이자 평화역사공원인 '진실과 화해의 숲'을 오는 2024년까지 조성 예정이며, 이를 위해 대전 동구청과 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유해발굴공동조사단이 유해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산내학살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 온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유가족들은 지난 2000년 이후 매년 6월말 합동위령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로 22회째를 맞았다.
이날 합동위령제에는 전미경 대전산내학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을 비롯한 회원, 제주4.3희생자유족회대전위원회 회원,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전남지회 회원 등 전국의 산내학살사건희생자 유가족들이 참석했다.
또한 박영순(대전 대덕구)·장철민(대전 동구) 국회의원, 황인호 대전동구청장, 박민자 대전동구의회의장, 남진근·조성칠 대전시의원, 김복영 (사)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회장,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박규용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상임대표 및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합동위령제는 술잔을 올리는 헌작, 원불교와 천주교 종교제례, 북공연, 국민의례, 유족대표의 인사, 평화공원 조성 및 유해발굴 계획 보고, 추도사, 추모시 낭송, 추모공연, 헌화의 순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