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에서 안무 역할을 맡은 김연우님
김연우
-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나요?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안무를 맡았습니다. 짧지만 강한 배역으로 문재학 열사의 마지막 장면도 맡았습니다. 도청에서 있었던 최후의 항전 장면이 끝나면 진혼무를 춥니다."
- 연극상에서 최후의 항전이 끝난 직후에 진행한 진혼무는 어떤 뜻을 지니고 있나요?
"작품상으로는 도청에서 최후를 맞이한 분들을 위로하는 진혼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분들뿐만 아니라 5·18로 인해 이유 없이, 이름도 없이 최후를 맞이한 분들, 어디에 계신지도 모르는 행방불명자분들에 대한 위로를 담고 있습니다.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들도 서로 위로하고 또 위로받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에 손으로 한쪽 눈을 가리고 그 손이 입으로 가고, 가슴 쪽으로 사선을 그으며 내려간 후에 꽃을 안고 엎드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나의 신호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해요. 눈으로 보았으나 그것을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것들을 가슴으로 느끼고, 산자로서 우리들의 의무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이 200회 공연을 맞이했습니다. 소회가 있으시다면요?
"저는 2020년부터 참여했는데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5·18을 소재로 200회 공연을 한 건 뜨거운 열정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을 거예요. 특히 이지현 대표가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객석을 채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어요. 이렇게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유가족으로서 감사하고, 배우로서도 힘이 납니다."
"아빠에게 존경한다고 말하고파"
- '어느 봄날의 약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고 아버님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저는 5·18 당시 엄마 배 속에 있었어요. 자라면서 '아빠가 도청에 있었을 때 어땠을까', '많이 무섭지는 않았을까' 제 관점에서 자주 생각해봤어요. 어린 시절에는 못내 서운한 마음도 있었는데요. 철이 든 지금은 아빠가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워요. 아빠가 도청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자랑스럽고 존경한다고 말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요."
- 2021년의 광주에서 5·18을 소재로 연극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올해 공연에 임하면서 유독 화가 많이 났어요. 저항적인 몸짓이 많이 나왔어요. 미얀마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또다시 세상 어딘가에서 있어선 안 될 일들이 자행되는 현실에 몸서리 처질 정도로 화가 난 거죠. 공연 때 시민들의 시위 장면에서 안무를 하면 꼭 화를 표현하는 몸짓이 나와요.
연극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은 세심한 정서, 감정선을 건드려 보는 이들이 진실을 알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해요. 몰랐다면 물음표를 갖게 하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움직이는 거예요. 이전의 아픔이 내가 사는 현재와 미래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건, 우리 모두의 의무일 거예요. 여기에 대해서 예술인의 의무를 다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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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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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로 여겨졌던 5.18 도청 지하실 문제를 연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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