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맨하튼비치에서 서퍼들이 파도를 타고 있다. 오전 6시쯤이라 항구에 가로등이 켜져 있다. 서퍼를 촬영하기 위해 드론으로 저공 비행을 하다 드론이 파도를 맞고 추락해 사라졌다.
황상호
서퍼에게는 이때가 황홀한 시간이다. 부지런한 서퍼는 파도가 고르고 힘이 좋은 새벽에 바다로 향한다. 파도를 잡기 위해서는 파도가 부서지는 라인업까지 보드에 몸을 싣고 팔을 휘저어 헤엄치는 패들링을 해야 하는데, 늦봄이면 바다에 새벽안개가 자욱하다. 수평선마저 지운다. 두 발을 우유처럼 미지근한 바다에 담그고 부드럽게 뺨을 간지럽히는 안개를 맞노라면, 이곳이 천국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감상을 <무진기행>의 김승옥의 문장을 빌려 가공하자면 이렇다.
"그 안개 속에는, 수줍은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그리고 부지런한 서퍼를 에워싸며 오늘은 누구도 나를 범하지 않은 최초의 바다라는 것을 알리는 소금기, 그런 것들이 이상스레 한 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다."
서퍼가 아니라도 아침 창을 열고 날씨가 찌푸리다고 그날 외출을 포기하면 그건 엔젤리노의 품격이 아니다. 아니, 왜 한 달에 한화로 수백 만원 하는 월세를 내고 좁은 집에 사는가. 우리는 분명 '날씨 세금'을 내고 있다.
구름은 오전 낮 기온이 올라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오가 되기 전 증발한다. 바다가 조제한 안개 수면제에 취하지 말고 집을 나서자. 비치 보이즈의 서핀유에스에이(Surfin USA)를 들으며 1번 서부 해안도로를 달리든지, 키 큰 시카모어 나무 아래에서 마마스앤파파스의 드림 어 리를 드림 오브 미(Dream a Little Dream of me)를 들으며 시고 달콤한 햇살을 맛보든지, 일단 나가야 한다.
추마시와 살리난의 성지, 모로락
5월 주말 아침 우리 부부는 진한 모카커피를 끓여 마시고 중부 캘리포니아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어촌 마을인 모로베이(Morro Bay)로 향했다. 인구 1만여 명의 작은 관광도시로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쪽으로 320km 떨어져 있다.
모로베이는 원주민인 북부 추마시와 살리난이 대대로 거주하던 곳이다. 추마시는 기원전 6500년 전부터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모로베이 크릭(Morro Bay Creek)에서 집단 거주했다. 바닷물고기와 민물고기, 조개 등을 잡고 베리류와 도토리, 잣 등을 채집해 먹으며 살았다. 주 정부와 연방 정부는 추마시를 지역 대표 원주민으로 지정하고 그들에게 문화재 발굴 감시 권한과 기타 이권 사업 참여 기회 등 제한적인 자치권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