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는 단비다. 올해는 비가 자주 내려 아직까지는 순조롭다. 5월 중순 어느날 어린순을 솎아 샐러드도 해먹고 비빔밥에도 올려 먹었다.
김현자
그래도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 마당에 놓은 사각 화분에 씨를 뿌렸다. 한편으론 싹이 트면 어린순을 먹어도 좋겠다, 소박한 바람을 가졌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자라 김치까지 담가 먹었다. 너무 크지 않은 데다가 먹기 좋게 적당히 질긴 김치맛이 너무나 좋았다. 앞으로 열무나 얼갈이는 화분에 심어 먹자, 부러 생각할 정도였다. 여하간 올해도 맛보고 싶었다.
'알 낳기 전에 뽑아 된장국을 끓여 먹을까?'
'아직 어리니 물김치처럼 자박자박 담가볼까?'
'(알을) 얼마나 낳겠어. 그냥 애벌레 잡아내며 좀 더 키워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열흘 정도만 더 키우면 김치로 담그기에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난해와 달리 채 자라기도 전에 배추흰나비가 날아든 것이다. 예상대로 나비를 처음 발견한 그 며칠 후부터 애벌레가 보이기 시작했고 아침마다 눈을 박곤 한 끝에 이미 잎을 갉아 먹을 만큼 갉아먹어 초록빛으로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애벌레를 잡아내곤 했다. 그렇게 보름째, 이런 내 고민을 알 리 없는 흰나비는 계속 날아들고 있다.
올해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은 나비로 자라기까지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 유백색이었던 알은 노랗게 변한다. 그러다가 부화해 잎을 갉아 먹으며 자라는데, 뿌리 쪽부터 위로 옮겨오며 갉아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자라야 발견하기 쉽다.
매일 새벽마다 들여다보곤 하다 보니 어디쯤 벌레 먹은 잎이 있는지 어느 정도 기억했는데, 어느 날부터 심각할 정도로 갉아 먹힌 잎들이 느는데 애벌레는 도무지 보이지 않아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그런 와중 문득 알게 된 것은 최근 며칠 마당에 날아드는 새들이 많아졌다는 것. 아마도 열무나 배추가 자라면 애벌레가 있다는 것을 본능으로 이미 알고 있는 새들이 날아들어 잡아먹기 때문이 아닐까?
여하간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새에게 먹혔거나, 무사히 번데기가 되었거나. 그러고 보니 배추흰나비가 날아들기 시작하자 개미나 노린재, 무당벌레 같은 곤충들이 눈에 띌 정도로 열무가 자라는 화분이나 열무 잎에 많아졌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조심스럽게 지레짐작하고 있다. 아마도 나비가 낳은 알을 먹고자 들락날락할지도 모른다고.
이제야 생각나는데, 지난해 이즈음 마당 화분에서 키운 열무에는 달팽이가 있었다. 혹시 달팽이에게 먹힐 것 같아 알 낳는 것을 지레 포기, 다른 곳 열무를 택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지레짐작하거나 느끼며 가꾸는 재미가 오늘은 새삼 더 행복하게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