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시에서 무슬림 가족이 혐오범죄로 희생된 교차로.
김수진
작년 이맘 때, "캐나다에서는 아이들에게 '불행'을 가르칩니다"(
관련 링크)라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적이 있다.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 즈음이었다. 당시 막내 아이의 선생님은 온라인 수업 중이지만 이 중요한 문제를 모른 체 넘어가고 싶지 않다며, 인종차별 반대라는 주제에 대해 아이들과의 토론을 도와줄 책 리스트를 첨부했다.
아직 어린 막내에게까지 세상의 어두운 면을 굳이 알게 해야 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생각 끝에 나는 분명 이렇게 적었다. "선생님 말이 맞았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함께 이야기해야 할 일, 아이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일이었다. 저 멀리 안드로메다가 아닌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않은가" 라고.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세상의 불행과 어두움 앞에 아이들을 뒤로 숨기지 말 일이다. 살다가 자갈밭을 만났을 때 어찌할 건지, 지금 내 길이 꽃길일망정 이웃이 자갈밭에 있다면 그땐 또 어찌할 건지,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생각해보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현명한 시민이 되어 성숙한 공동체를 이룰테니 말이다."
꼭 일 년 전에 직접 썼던 저 말이 무색하게도, 나는 아이들에게 꽃길만 보여주고 싶었던 그 마음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부끄러움을 뒤로 하고, 가린다고 가려지지 않을 이 사건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하기로 했다.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래서 지금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지.
흔히들 친절과 관용의 나라라고 하는 캐나다에서도 혐오범죄가 증가하고 있음을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2017년 경찰이 보고한 무슬림 혐오범죄는 349건이었고, 이는 이전 해보다 151% 증가한 수치다. 더구나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혐오범죄의 3분의 2가량은 보고되지 않는다고 하니 실상은 그보다 더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범죄가 증가했다는 보도도 더이상 낯설지 않다.
이번 사건 이틀 후인 8일에는 무슬림 공동체가 모여 기도회를 가졌고, 이 기도회에는 연방총리인 저스틴 트뤼도를 비롯한 다수의 정치인들이 함께 했다. 11일에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 희생된 가족을 애도하고 연대를 표하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곳에 혐오가 설 자리는 없다. 사랑은 미움을 이긴다' 등의 플래카드를 든 사람들이 도로를 가득 메웠다. 각자 종교도 인종도 달랐지만 혐오범죄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한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