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행정2부(최윤성 부장판사)는 18일 200여 개 단체로 꾸려진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김보성
부산시를 상대로 한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관련 행정소송에서 주민과 시민사회가 패소했다. 이에 불복한 주민 단체는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바로 항소 의사를 나타냈다.
부산지방법원 행정2부(최윤성 부장판사)는 18일 306호 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각 사유를 이날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
지난해 12월 200여 개 단체로 꾸려진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는 '부산시의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부산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 주민투표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로부터 반년 만에 재판부는 '기각 판결'로 추진위가 아닌 부산시에 손을 들어줬다.
생화학 방어전을 내세워 부산항 등지에서 진행된 '주피터 프로젝트', '센토 체계'는 수년째 부산의 논란거리다. "부산항 8부두 미군시설에서 생화학실험과 관련 샘플 반입이 이루어지고 있다"라는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계속되자, 지난 2019년 말 주한미군의 첫 현장 설명회가 열렸다. 당시 미군 측의 스티븐 윌리엄스 참모장은 "한반도 내 생물방어체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시설)"이라며 실험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항만, 도심에 관련 시설이 계속 유지되자 이들 단체는 추진위를 결성해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를 묻는 주민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2015년 탄저균 사태부터 최근 부산항 사이렌 사태까지 "시민들이 언제까지 안전을 위협받고, 불안에 떨어야 하느냐"는 주장이었다. 추진위는 실험실의 존폐를 주민이 결정해야 한다면서 부산시를 향해 주민투표 수용을 촉구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증명서 교부를 할 수 없다고 맞섰다.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에 질의·검토한 결과 지방자치사무가 아닌 국가의 권한 사무에 속한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이에 추진위는 바로 행정소송과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부산 곳곳에서 서명전이 진행됐고, 이 결과 주민투표법 요건인 부산시 거주 유권자의 1/20(15만여 명)을 훌쩍 넘긴 19만7000여 명의 동참을 끌어냈다. 투표용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90여일 간의 시청 로비 점거농성이 펼쳐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