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절벽 가로 무늬
차노휘
수월봉과 녹고물
옛날 옛날 고산리에 효심 깊은 남매가 살았다. 누이 이름은 '수월', 남동생은 '녹고'였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들은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앓아누운 뒤로는 그만 웃음이 사라져 버렸다. 용하다는 의원도 손을 놓고 '몹쓸 병이 도질 징조'라면서 두려워했다. 어느 날 남매의 소식을 먼 곳에서 듣고 온 불심 깊은 스님이 묘법을 일러주고 갔다.
"일백 가지 약초를 한데 모아 달여 드려야 나을 수 있다네."
스님의 말을 듣고 난 다음부터 남매는 백 가지 약초를 캐기 시작했다. 백록담에서 마지막 약초를 재취하고는 그동안 캐온 것들을 한데 모아서 살폈다.
"이럴 수가? 하나, 하나가 부족해. 오갈피야. 오갈피가 없어."
뒤늦게 한 가지가 부족한 것을 안 남매는 오갈피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헤매었다. 마침내 수월봉에서 오갈피나무를 찾았는데 그 나무는 낭떠러지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무서울 것이 없었던 남매는 낭떠러지 쪽으로 뻗은 가지를 잡아당겨 열매를 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만, 수월이가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누나가 죽은 것을 안 녹고는 낭떠러지 아래를 보며 한없이 눈물을 흘렀다. 어찌나 눈물을 많이 흘렀는지 낭떠러지 사이로 스며들어 샘물이 되었다. 그 후 효심 깊은 남매를 기리기 위해 사람들은 수월이가 죽은 곳을 '수월봉'이라 하고 낭떠러지 사이에 있는 샘물을 '녹고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