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설명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한국수력원자력
그동안 원전은 대량의 전력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손쉬운 선택지였다. 그러나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1원전 폭발사고 이후 세계는 '핵발전'의 치명적 위험성에 주목했다. 반감기만 10만 년 이상에 달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처리도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골칫거리로 남았다. 상당수의 나라가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자 최근 원자력계는 SMR 전면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탄소배출 비율이 낮은 원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을 옹호하는 일부 언론의 'SMR 역할론 강조' 보도가 쏟아졌고, 국회 본회의 자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SMR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전기출력 300MW 이하의 작은 원자로를 말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설명을 보면 기존 원전의 약 10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축소한 크기가 특징이다. 한수원은 비용절감, 활용의 다양성, 높은 안정성을 가진 SMR을 전국 곳곳에 분산해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민주당 내 반발 이어 환경단체 비판 쏟아져
이러한 SMR 부각은 당연한 반발을 불렀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환경전문가인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해결책의 초점이 잘못됐다"라고 공개적인 반박문을 냈다. "SMR과 핵융합의 기후변화 대응 효과는 아직 검증된 내용이 없고 이들 기술은 안전 문제와 핵폐기물 문제는 물론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었다.
탈핵 진영과 원전 인근 지역의 단체들도 'SMR 유용론의 위험성'을 역설했다. 크기만 작은 똑같은 원전인 SMR이 오히려 핵위험을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핵융합발전 역시 아직 상용화한 기술이 아닌데다 다량의 삼중수소가 있어야 하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울산지역의 여러 단체로 꾸려진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기후위기 대안으로 핵발전을 해야 한다는 찬핵세력의 주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라며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부산에서는 탈핵부산시민연대 대표인 박철 목사로부터 "SMR 추진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탈원전 폐기 결정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고리1호기 영구정지 4년에도 SMR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탈핵정책에서 손을 떼겠다는 선포다. 시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신 이들은 "탄소중립을 핑계로 한 SMR이 아닌, 영구정지가 결정된 고리1호기의 제대로 된 폐로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부터 방사능 제염, 부지 복원 등 고리1호기의 해체 종료 시점을 가늠할 수 없다는 우려와 함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