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동건설 하청노동자인 고 정순규씨 추락사와 관련한 1심 선고가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렸다. 판결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유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
김보성
"권OO, 김OO, 백OO 피고인, A건설, 경동건설"
16일 오후 2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304호. 형사4단독(서근찬 부장판사) 재판부의 호명에도 경동건설 관련자는 1심 선고가 예정된 시각에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피고인의 출석이 늦어지자 재판부는 경동건설 고 정순규 하청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한 선고를 뒤로 미뤘다. 여러 다른 사건에 대한 판결이 끝나자 다시 재판부가 피고인을 호명했다. 이들은 재판이 시작된 지 30분이 지난 시간에야 법정에 출석했다.
권씨 등이 재판부 앞에 나란히 서자 그제야 판결이 시작됐다. 재판부는 "판례를 보면 원청업체가 하도급을 맡기더라도 현장을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라면서 "그러나 이 사고에서 목격자가 없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책임을 일부 참작해 형을 정한다"라고 준비한 판결문을 읽어갔다.
재판부는 경동건설 신축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현장소장 김아무개씨와 A건설 이사 권아무개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경동건설 안전관리자인 백아무개씨는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원하청 법인인 경동건설과 A건설은 1천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검찰 구형보다 줄어든 형량... 울음 터트린 유족
이번 1심의 판결은 고인의 산재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600여 일 만의 선고다. 재판부는 지난 달 12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의 구형보다 형량을 줄였다. 앞서 부산지검 동부지검은 이들에 대해 각각 징역 1년 6개월, 금고 1년, 벌금 1천만 원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들이 안전 관리에 철저했다면 고인이 추락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엄벌을 주장했다.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호소한 유족도 책임있는 처벌을 촉구했다.
이에 반해 경동건설 측은 안전관리의 미비가 있더라도 사망자 본인 책임이 더 크다는 취지로 방어논리를 펼쳤다. 1심 재판부는 두 주장의 일부를 인용해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의 책임까지 인정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