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전경.
정지인
언택트 여행이 유행하는 요즘은, 서울 근교로 등산과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럿이 모이자니 불안하고, 혼자서도 쉽게 다녀올 수 있는 등산이 야외활동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다. 물 한 병 챙겨 혼자서 다녀올 만한 산행 거리와 난이도, 편리한 접근성까지, 수도권 시민들에게 인왕산은 괜찮은 선택지다. 게다가 한양도성길을 따라 인왕산 정상까지 가는 코스는 역사의 깊은 숨결도 맛볼 수 있다.
겸재 정선의 그림 <인왕제색도>에 나오는 매바위, 치마바위를 눈으로 직접 감상할 수도 있다. 인왕산 정상에 서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 시간 남짓 올라 이렇게 가슴 뻥 뚫리는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니 가성비 최고의 산이 아닐까 한다. 최근엔 SNS에 올리는 인증사진 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20대 청년들의 산행성지로도 꼽히고 있다.
인왕산 자락이 끝나는 청운동 부근에는 윤동주문학관이 있다.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세브란스병원과 연세대학교의 공동 전신)에 다닐 때 종로구 누상동에 잠시 살았던 인연으로 이곳에 세워졌다고 한다. 윤동주의 시 세계와 빼어난 건축미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주는 곳이다. 문학관 건물은 청운아파트 상수도 가압장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윤동주 시에 등장하는 '우물'을 공간으로 형상화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가압장 물탱크 공간을 활용해 윤동주의 생애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전시관이 가장 인상 깊었다. 시인의 시 세계와 비극적 최후, 어둡고 답답한 공간이 응축되어 나를 압도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