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기준 국내해양보호구역 지정 현황.
선우용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 MPA)은 '해양생태계 및 해양경관 등을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어 국가 또는 지자체가 특정 공유수면에 대해 지정·관리하는 구역'으로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5조, '습지보전법' 제8조에 근거해 지정된다.
해양보호구역은 생물다양성 보전, 어획 자원 회복, 기후변화 완화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제사회 연구에 따르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바다에서는 생물다양성이 19%, 전체 생물량은 251%, 주변 바다의 어획량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해양학자들은 전세계 바다의 최소 30~50%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야 해양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해양보호구역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기준 2.46%에 불과하다. 그중 조업금지구역은 0%로 금어기를 빼면 사실상 국내 모든 바다에서 조업이 가능하다. 영해의 30%는커녕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에서 2020년까지 10%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겠다는 약속조차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10년도 채 남지 않은 2030년까지 30X30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전 세계가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
해양보호구역은 쉽게 말해 바다 위의 그린벨트 같은 구역이다. 문자 그대로 보호되는 바다의 영역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은 왜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일까.
그린피스가 해양의 날에 발표한 보고서 '위기의 바다를 위한 해결책, 해양보호구역'에 따르면 그 이유는 현재 바다가 점점 늘어나는 어업, 선박 운항, 화학·플라스틱·소음 공해, 심해 채굴, 생물자원 탐사 등 다양한 인간 활동으로 인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캘리포니아대학의 해양생물학자 벤 할퍼른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인간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해양 지역은 없으며 그 중 상당 부분(41%)이 다수의 요인으로 심각한 수준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인간의 영향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북해 등 고도로 산업화된 지역 연안이며, 극지방 주변 고위도 해역의 경우 영향이 비교적 덜하긴 하지만 선박 운항, 조업 활동, 기후변화로 인해 여전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남획 및 파괴적인 조업 활동은 공해를 포함한 전 세계 바다의 어족자언과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해산물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경제가 발전하고 삶의 질이 개선되면서 부유층이 수산물을 더 많이 소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동반해 가축 사료 생산을 위한 어분 및 어유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어획량을 늘리려는 시도 역시 크게 강화되었으며 이는 남획으로 이어졌다.
2021년 5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 어족자원은 상업적으로 심각하게 남획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개체수가 크게 감수한 어종이 다수 존재한다. 세계 어족자원의 절반 이상이 지속가능한 수준의 최대치까지 어획되고 있으며, 1/3은 고갈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기후변화 역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정책입안자들을 위해 펴낸 요약보고서에서 앞으로 수십 년간 기후변화가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다음과 같다고 정리하고 있다.
"21세기 중반 및 그 이후에 예상되는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해양 생물종 재분포 및 해양생물다양성 감소가 일어나면서 어업 생산성과 기타 생태계 서비스의 지속적인 제공이 어려워질 것이다. 온난화로 해양 생물종의 공간적 이동이 일어나 고위도 지역 침해, 열대 및 반폐쇄해의 지역 멸종률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종 풍부도와 어획 잠재량은 평균적으로 중·고위도 지역에서 증가하고, 열대 지방에서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존산소 최소층(OMZ)과 무산소 '데드존'이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어류 서식지에 더욱 부담을 줄 것이다. 외해의 순 1차 생산량은 재분배되어, 2100년이면 모든 대표농도경로 시나리오에서 전 세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는 남획을 비롯한 기후 이외의 요인과 더불어, 해양관리체계를 위협한다."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육상의 숲과 식물이 흡수하는 양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다. 1971~2010년 대기, 해양, 토양의 온도가 올라가고 빙하가 녹으면서 늘어난 열의 93%를 바다가 흡수했다. 그러나 1998년 이후 모든 해저분지는 공통적으로 심각한 온난화를 겪었고, 1971~2010년 사이 상부 75m의 수온은 10년당 평균 0.11℃씩 상승했다.
해양과 대기는 서로 역동적인 관계로 연결되기 때문에 바다가 점점 뜨거워지는 현상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홍수와 태풍, 엘니뇨 등 기후 재난을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선언은 어떤 변화를 일궈낼까
이처럼 바다가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강력한 해양보호구역 지정은 해양생물과 서식지보호는 물론, 그로 인한 생물다양성 증진 및 생태계 회복을 가능하게 하며 바다를 건강한 수준으로 복원시킬 수 있는 핵심 도구다.
그린피스는 "해양보호구역내에서 생물은 서식지를 보장받고 활발한 생태 활동을 영위하며, 그 긍정적 영향은 지정된 보호구역 밖으로 확산되는 유출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해양생물다양성의 증가가 관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해양보호구역이 단지 그 구역의 생태계를 지킬 뿐 아니라, 어업 증진에도 도움을 주며 나아가 해양생태계 전체를 살리고 인간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주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한 예라는 것을 분명히 증명한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심각한 기후위기 상황과 절멸에 다다르고 있는 해양 어족자원의 상황을 볼 때, 해양보호구역지정과 확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현안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양보호구역에 대한 국제적인 아젠다는 최근에 새삼스럽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미 2002년 지속 가능 발전 세계 정상회의(WSSD)에서 202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대표하는 네트워크 구축을 권고하였고, 해양생물다양성 협약에서는 아이치 목표를 통해 2020년 전 세계 바다의 1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합의가 나왔으나 달성에 실패했다.
'친환경'을 내새우는 각종 그린워싱 정책이 남발되는 상황에서 해양보호구역 30% 지정이라는 대통령의 선언은 어떤 변화를 일궈낼 수 있을 것인가. 대충 숫자만 던져두고 이루지 못한 뒤 후회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해양보호구역을 향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조업금지구역을 넉넉히 확보하여 유출효과를 의미 있게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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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보호구역 30%'... 대통령의 선언은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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