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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 파인 호수 (Lone Pine Lake) ⓒ 고종필
아이들과 미국 캘리포니아 론 파인 호수(Lone Pine Lake) 하이킹을 떠났다. 산 입구에는 백팩킹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12000피트 정도 되는 산 정상에서 하루 자고 내려오려는 사람들인데,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에 비해 산 중간 지점에 있는 호수를 보러 올라가는 우리는 등산화도 신지 않은 간편한 복장이었다.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경사가 생각보다 높아서 애를 먹었다. 5학년 딸아이는 수시로 걸음을 멈추고 물을 벌컥 벌컥 마셨다. 하이킹을 꽤 많이 다녔지만, 이번이 가장 힘든 코스였다. 중간에 포기하고 산을 내려가려고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올라온 거리와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호수에 도착하기까지 3시간이 걸렸다. 남들보다 두 배는 걸린 것이다. 그런데, 중간에 포기했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산 중간쯤 아담하게 위치한 호수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6월인데도 그늘진 곳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파란색 하늘과 파란색 호수.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었다. 나무 그늘에 앉아 하늘과 호수를 번갈아 바라보고, 그대로 자리에 누워 바람을 느꼈다. 힘들다고 노래를 부르던 딸아이도 행복해했다.
인생이 이런 것이겠구나 싶었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 보람과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 말이다. 물론, 산행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지만, 중간에 한 번쯤 걸음을 멈추고 쉬는 것이 힐링이 되겠다.
나 역시 40대 중반에 인생길을 잠시 멈추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저 쉼을 누리며 앞으로 내달릴 힘을 충전하는 시기로 삼자.
▲ 론 파인 호수 (Lone Pine Lake) ⓒ 고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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