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씨름
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의 '씨름'에서 한 가지 더 보아야 할 것은 부채이다. 이 그림에서 부채는 몇 개가 그려져 있을까? 4개의 부채가 그려져 있다. 더운 여름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부채이기는 하지만 김홍도는 한 장의 그림에 왜 이렇게 많은 부채를 그렸을까?
단오에 임금이 신하에게 부채를 내려주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부채를 '단오선'이라고 한다. 임금이 나누어 준 부채를 받은 신하는 그 부채를 소중히 가보로 간직하거나 혼자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친척 및 친지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또한 '시골에서 생색내는 것은 여름에는 부채요, 겨울에는 달력이라고 하였다', '단오의 부채는 관원이 아전에게 나누어주고 동짓날의 달력은 아전이 관원에게 바친다'라는 말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단오에 부채를 선물하는 것은 임금 뿐 아니라 양반,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는 풍습으로 짐작된다. 주로 웃어른이 아랫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단오 무렵 부채는 더위를 쫓는 아주 실용적인 선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오선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부채를 선물한다는 것은 더위와 힘든 농사일이라는 '어려움'을 임금과 웃어른이 함께 이겨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풍년이라는 '결실'을 맞이하자는 공동체 의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홍도의 '씨름'은 풍년을 기원하는 공동체 의식이 담겨 있는 그림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올해 단오는 6월 14일이다. 농경사회도 아니고, 선풍기와 에어컨이 있는 현대에 꼭 부채를 선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각자가 속한 공동체에서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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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삶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 초등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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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그림 '씨름'에는 부채가 몇 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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