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농장 정리블루베리 열매에 필요한 가지치기와 농장청소활동
박향숙
잠시 후 점심으로 도시락이 배달되어 왔는데, 말 그대로 마당 한 켠에 앉아서 땀 범벅, 열 범벅으로 식사를 했다. 그렇지만 봉사 후의 먹거리는 어찌 그리 맛있는지 모르겠다. 특히나 열심히 일한 땀을 배신하지 않는 미각의 총기는 언제나 은혜롭기만 하다. 게다가 봉사자들끼리 나누는 담소가 밑반찬으로 곁들어지니 이 얼마나 최고의 성찬인가 싶었다.
식사 후 마당에 모인 작물들 중 부추와 참나물, 파 씨는 봉사자들이 가져가도 좋다고 했다. 생나물을 가져가도 친정엄마의 손길을 거쳐야 맛난 음식을 먹는 나로서는 가져가는 것도 부담이었다. 그런데도 마음속의 욕심이 발동해서 부추도 손으로 집어서 덥석 두세 묶음, 참나물도 봉지에 가득 담았다. 파 씨는 작년에 심어본 경험으로 얼마나 유용한 생물인지를 알았다.
집에 돌아와서 친정엄마께 부추를 가져다드리니, 일거리만 가져오는 딸을 힐긋 쳐다보셨다.
"엄마, 이 부추가 엄청 싱싱해서 부침개 해 먹으면 진짜 맛있겠어요." 말이나 못하면 좋으련만. 몇 시간 후, 엄마의 호출을 받고 가니, 부추와 양파에 갑오징어가 가득찬 노릿노릿한 부침개가 쩍 하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맛이 있을랑가 모르겄다. 네가 가져온 이 아까운 것들을 버릴 수는 없지. 농사짓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 했겄냐. 다른 건 몰라도 시장에 가서 농산물은 절대 깎지 말아야 한다. 김 서방이랑 학원선생님들 드시라고 해라."
역시 울엄마는 마음도 손도 큰 어부 마님이다.
돌아오는 길에 텃밭으로 향했다. 다녀간 지 겨우 이틀만인데도 풀이 무성했다. 다행히도 그만큼 열매도 덩달아 달리기 시작했다. 첫선을 보인 오이 몇 개를 따서 엄마께 드리려고 챙기고, 일분일초가 다르게 자란 상추 깻잎 쑥갓 등의 잎채소들을 따면서 머릿속으로 그렸다.
'오늘은 이분과 나눠 먹어야지.' 필사봉사단에서 나눔의 약속을 지키느라 열정을 다하는 그분의 점심 밥상 위에 내가 키운 먹거리를 놔 드리고 싶었다. 텃밭에 갈 때마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일은 나의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해주는 보약이다.
매일 최고의 건강 보약과 나의 땀이 만드는 정성을 먹고 자라는 텃밭작물 들이야말로 유기농 중의 최상급이다. 나라의 인증 마크 KS가 있는 것처럼, 조만간 내 작물에도 신뢰마크 하나를 만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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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해서도 농사 걱정만 하는 어르신댁에 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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