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6월3일자 1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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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재벌 총수 사면 분위기를 띄우면 정부가 '못 이긴 척' 받아들이는 일이 다시 반복될까?
최근 보수 언론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에 불을 지피면서, 정부여당의 기류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일 4대 그룹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사면에)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말한 데 이어,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6일 언론 인터뷰에서 '가석방' 가능성을 언급했다.(관련기사 :
이재용 사면 건의에 문 대통령 "고충 이해, 공감 국민 많아" http://omn.kr/1tn5q)
지난 2009년 12월 31일 이명박 정부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단독 사면할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2009년과 2021년 비교해봤다
과연 언론들이 삼성 총수 부자 사면론을 어떻게 띄웠는지, 12년 전 이건희 사면 보도와 올해 이재용 사면 보도를 비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월 25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2년6개월형이 확정돼 내년 7월 만기 출소할 예정이지만, 삼성그룹 지배권 불법 승계 관련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지난 4월 28일 이건희 미술품 기부 등 사회 환원과 상속세 납부 계획 발표를 전후로 이재용 사면론을 제기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재용 사면 찬성 의견이 60~70%대로 높게 나타났다.
실제 사면이 이뤄질 경우 12년 전 아버지 뒤를 이은 '세습 사면'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건희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8월 14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과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지만, 4개월 만에 특별 사면됐다.
12년 전과 지금 모두 보수 성향 언론과 진보 성향 언론 사이의 논조 차이가 뚜렷했다. 한때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중앙일보>를 비롯해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은 이건희 부자 사면 분위기를 띄우는 보도가 대부분이었고, 비판하는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 진보 언론은 사면을 비판하는 보도가 대부분이고 우호적인 보도는 거의 없었다.
[보도량] 사면에 긍정적 논조, 이건희 29% → 이재용 39%... 부정적 논조의 2배
삼성 총수 부자 사면 보도를 정량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이재용 사면 보도가 집중된 최근 2개월간(2021년 4월 7일~6월 7일) 보도와, 이건희 특별 사면 전후 2개월간(2009년 12월 1일~2010년 1월 31일) 보도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먼저 내용(논조) 분석을 위해 신문 스크랩 서비스인 '스크랩마스터'에서 6개 일간지 지면에 실린 기사를 검색했더니, 이건희 사면 관련 보도는 119건, 이재용 사면 보도는 150건이었다. 보도 내용이나 논조가 사면에 우호적이면 '긍정', 비판적이면 '부정'으로 구분하고, 긍정과 부정 양면을 함께 보도하거나 명확한 구분이 어려울 경우 '중립'으로 분류했다.
이건희 사면 보도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중립' 비중이 45.4%(54건)로 가장 높았고, '긍정' 28.6%(34건)과 '부정' 26.1%(31건)로 서로 비슷했다. 하지만 이재용 사면 보도의 경우 '중립' 비중은 45.3%(68건)으로 비슷했지만, '긍정' 보도 비중이 38.7%(58건)로 '부정' 16.0%(24건)보다 2배 이상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