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짐바브웨의 젊은 야권지도자 넬슨 차미사의 대선캠페인 모습 2018년 짐바브웨의 젊은 야권지도자 넬슨 차미사 (Nelson Chamisa)는 장기집권했던 여당의 군부 출신 전직 부통령 에머슨 음낭가와에 맞서 살인 위협을 무릅쓰고 선거를 치러 냈다.
Final Cut For Real
- 코로나 기간, 전 세계 많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팬데믹을 야권탄압의 기회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작년 5월에도 젊은 야권 여성 활동가 3명이 빈곤층에 식량지원을 요구하는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납치, 고문, 강간, 기소를 당했다는 앰네스티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다. 음난가그와(78) 현 대통령의 집권 후 인권위기 상황이 여전히 열악한 것인지.
"이들은 '트리오'라는 별명을 가진 야당, 민주변화운동당(MDC Alliance: Movement for Democratic Change Alliance) 소속의 젊고 똑똑한 활동가들이다. 시실리아 (Cecelia Chinembiri), 조아나 (Joana Mamombe), 네차이 (Netsai Marova)는 권력에 맞서 진실을 말했을 뿐이다. 짐바브웨의 인권침해 상황은 현 음난가그와 대통령의 (2017년 11월 쿠데타) 집권후 더 악화되었다. 비판적인 목소리에 잔인한 그로 인해 현재 수감된 정치범의 수치도 더 늘었다.
(원래는) 음난가그와 역시 무가베처럼 용감한 혁명가였다. 14세 어린 나이에 보여준 용맹으로 '악어(crocodile)'라는 별명도 얻었는데, 수십년간 무가베 정권에서 정부 요직을 맡으며 오른손 역할을 해오던 가운데 정적에 잔인함을 보여 이 별명이 계속 남게 되었다. 역사의 물결 속에 그의 별명은 다른 의미를 지녀온 셈이다."
- 짐바브웨 정부의 심각한 야권탄압으로 민주화를 위한 저항운동이 크게 성장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도 지난 세월 저항운동이 존재해왔는지 궁금하다.
"짐바브웨 야권의 저항운동은 제가 아는 한 세계에서 가장 용감한 투쟁 중 하나다. 수차례 밟혀도 다시 박차고 일어나고, 밟혀도 일어나는 그 복원성과 의지가 존경스럽다. 물론 이들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신생 민주주의를 출산하기 위해 그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 우리 국제사회는 이들의 용감함에 큰 박수를 보내야 한다."
짐바브웨 청년층에 거는 희망... "자유롭게 투표하고 싶다"는 그들
- 민주주의로의 여정에 있는 짐바브웨에 희망이 보이는지.
"현재로서는 절망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런데도 저는 희망을 본다. 2023년 대선을 짐바브웨 정부 대신 중립적인 국제기구가 수행하지 않는다면 이 선거도 아마 마찬가지로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을 것이다. 제가 희망을 보는 지점은 바로 넬슨 차미사와 그의 젊은 팀이다. 차미사는 2007년 공항으로 가던 중 심하게 구타당했는데 두개골이 파열되고 피가 온몸으로 흐르며 병원에 누워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평화적인 해결방식을 주장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보였다.
이런 비참한 상황에서도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그를 보고 희망을 보았다. 그의 팀 또한 아주 명민하고 확고한 민주주의 신념을 가진 청년들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싸울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간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젊은 야권 지도자 바비 와인도 넬슨 차미사처럼 아주 똑똑하고 용감하며 유사한 성격의 민주화운동을 하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들의 최우선순위는 '자유롭게 투표할 권리'였다.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큰 열망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이들은 끈질기게 회복하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조만간 젊은 세대는 낡은 군사정권, 낡은 시스템에 저항해 숫자로 이들을 압도하리라 판단한다. 10년 후, 인구의 18%는 청년층에 속할 텐데 이들이 현 여당이 이끄는 체제를 유지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짐바브웨 청년층이 제 영화에 보이는 관심만으로도 긍정적인 미래가 보인다. 제 영화들을 현 정치상황,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로스쿨이나 정치과학 전공 학생들로부터 매일 메일이 온다. 우리가 계속 싸운다면 언젠가 결국 변화가 올 것이라는 고무적인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장기적인 면에서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 국제사회가 민주주의를 위해 용감히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젊은 아프리카 세대를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 <데머크래츠Democrats> 주인공 넬슨 차미사의 근황이 궁금하다.
"넬슨 차미사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현재 지방을 돌며 젊은이들에게 '유권자등록 권장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짐바브웨 야권은 재정 지원해주는 곳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돈을 써가며 싸우고 있다. 넬슨 차미사는 정말이지 끝없는 낙관주의자다. 생명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일어나 힘겨운 비탈길을 오르는 싸움을 하는 그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싸움은 정치 권력에 국한된 게 아니다. 짐바브웨는 여당의 극심한 부정부패로 병원에 물과 약이 없고, 도로상태가 나빠 교통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기득권 세력은 천연자원으로 번 수익을 자기들이 독차지해왔다. 짐바브웨는 다이아몬드, 금, 은 등 60여 종의 자원이 존재하는 천연자원의 보고다. 국민들이 배고파하며 잠자리에 들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 <데머크래츠Democrats>(2014)와 <프레지던트 President>(2021)를 보고나니 잘 만든 다큐는 최고의 역사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역사책이 짐바브웨 최초의 민주적 헌법제정과 역사적인 대선과정을 이보다 더 잘 기록할 수 있을까 싶다.
"감사하다. 하지만 저는 짐바브웨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인간적으로 많은 걸 배웠고 이미 그것만으로도 큰 보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일로 너무 바빠 십 년 동안 그 유명한 빅토리아 폭포도 가 본 적이 없다. (웃음) 덴마크 영화감독으로서 짐바브웨에서 작업하면서 현지 문화로부터 우리가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힘든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유머감각, 서로를 대하는 방식, 부모와 노인을 보살피는 태도 등등. 짐바브웨 사회에서는 외로운 이들이 없어 보인다. 항상 지인들과 만나고 서로를 잘 보살펴주는 인간적인 모습을 자주 본다.
반면 스칸디나비아(일각)에선 3~4주가 되도록 사람을 안 만나기도 하고 홀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짐바브웨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짐바브웨인들의 공동체 의식은 우리 덴마크인들이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열린 마음이 있다면 언제든지 다른 인종, 문화, 국가를 배경으로 가진 이들에게서 장점을 배울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다. 히피족의 흰소리(hippie bullocks)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의 굳건한 인생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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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다큐상 수상 감독, 왜 짐바브웨 정치에 주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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