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현의 작품 '겨울-꿈이 내리다'로 화폭에 담긴 눈은 실제의 눈을 촉매로 하여 미학적 가공 작업을 거쳐 꿈을 표현하는데 최적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박진희
그리고 2021년, (재)공주문화재단에서 주최하고 이미정갤러리에서 주관하는 류동현의 '다시 오다 展(2021.05.21~06.06)'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휴대전화로 감상했던 그의 작품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전시장으로 달려갔다.
이번 전시작 중 특히 관심이 집중된 것은 공제의원의 사계를 담은 4점의 그림이었다. 2000년대 초반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인 이후 십여년 만에 공주에서 올해 처음 사계 작품 4점이 모두 공개된 것이다. 그 때문인지 이번 전시회는 몹시 그리웠던 이와 재회한 듯 격하게 반가웠다.
마침내 화가 류동현이 10여년 간 공제의원을 작업실 삼아 기거하면서 보낸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간과 마주했다. 공제의원에 대한 내 기억 속 네거티브(negative) 이미지와는 상반된 비밀의 시· 공간이 화폭에 옮겨져 있었다.
개나리, 산수유가 핀 봄, 신록의 여름, 단풍 든 가을, 눈 나리는 겨울... 작가는 사실적 묘사를 대신하여 통념적인 계절의 이미지를 극대화하여 창작 의도를 표현한 듯했다. 밝고 긍정적으로 축적된 작가의 경험이 극명하게 드러나 보였다. 어쩌면 2019년 소모임에서 그가 휴대전화로 보여준 그림에 금세 홀린 연유일는지도 모른다.
한동안 비어 있다 보니,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던 공제의원이다. 병원만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까지 더해져 근처에 가는 것조차 꺼리던 나와는 많이 달랐던가 보다. 사계를 담은 그림마다 달과 별 그리고 빨간 의자와 친구 같던 백구도 함께 머물러 있었다.
작가는 빨간 의자를 '그리움'의 회화적 표현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던 이들을 언제든 맞이하고팠던 작은 공간인지? 간절함을 이입한 사물과 색채의 선택인지? 궁금한 게 많았지만, 자세히 묻지는 못했다. 그저 막연히 류동현 작가는 공제의원에서 평온한 시간 속을 유영한 게 아닐까 짐작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