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지난한 팬데믹을 거쳐 오는 동안 나는 대체로 이곳 민심이 뿔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한소정
첫 파도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랬는지 봉쇄가 풀린 뒤로 지금까지 실외건 실내건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를 열심히 해왔다. 특히 노인들에 대해 조심하는 분위기가 확연했다. 평소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끼리도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애가 대단해 대가족으로 자주 모이기로 소문이 난 이곳의 문화를 생각하면 코로나19 이후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매주 주말이면 부모님 댁을 방문하고 가까운 친척들도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곤 하던 이들이 백신을 맞기 전까지는 부모님을 뵙지 않겠다는 말들을 할 때 나는 자못 놀랐다. "우리도 규칙이야 많지, 안 지켜서 그렇지"라던 내 친구 C의 말마따나 줄을 서고 규칙을 지키는 일로 크게 이름나지 않은 이곳 문화를 생각했을 때 방역은 대충만 지켜질 거라고 나는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두 조심한 덕인지, 스페인은 올해 들어 다른 유럽의 나라들처럼 부분 봉쇄나 학교를 닫는 일을 겪지 않았다. 지역에 따라 밤 10시나 11시 이후로는 통금을 두고 상점과 레스토랑 이용에 제한을 두는 수준이었다. 그간 꾸준히 이어져온 백신 접종 덕도 있을 것이다. 6월 들어 스페인에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맞은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40퍼센트에 들어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월 요양원에서 지내는 노인들과 의료진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백신 접종은 80대 이상, 70대 이상 등으로 점차 나이대를 낮춰 오다가 최근에는 72년부터 76년생들이 대상이 되었다. 처음에는 화이자와 모더나로 접종을 시작했는데, 60대 이상이 접종 대상이 될 무렵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최근 진행 중인 45-49세 층에는 다시 화이자와 모더나를 사용한다고 안내가 되어 있다. 7월에는 들어오는 백신 물량이 많아진다니 그때는 내 차례가 오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알 수 없는 것이, 이곳에는 도통 잔여 백신을 어떻게 한다는 이야기가 없다. 백신 접종을 훨씬 늦게 시작한 한국에서 동생이 잔여 백신을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먼 산을 봤다. 독일에서는 물량이 많았던 아스트라제네카를 개인 병원들로 풀어 원하는 사람에 한해 젊은 사람들도 맞도록 한다는 소식이 벌써 들렸는데, 스페인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특이할 만한 일도 있다. 지난 5월 아스트라제네카로 1차 접종을 한 뒤에 화이자로 2차 접종을 하게 되면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한 사람들에게 2차 접종을 화이자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신에 대해서 다들 호불호가 있겠지만, 스페인에서는 백신 반대가 크게 세력이 된 일이 아직 없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에 대한 뉴스들은 이곳에서도 조명을 받았지만, 백신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부작용이나 사망자가 생기고 있다는 기사가 크게 화제가 된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