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깃발을 휘날리며 마을길을 행진하는 축제 참가자들의 모습
산내성다양성축제, 삼반인작당
전북 남원시 산내면은 2,1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작고 외진 지리산의 농촌 지역이지만, 유독 들고 나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산내에는 서울말 쓰는 사람이 더 많더라'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이런 두메산골에도 사람들이 일부러 살러 온다니 놀랍겠지만 거기엔 다 이유가 있다. 산내에 살러 오는 사람이 만나게 될 행복은 아마도 이런 순서가 아닐까 싶다. 첫째는 잘 보존된 자연의 품에 사는 행복일 테고, 둘째는 먼저 온 이웃들의 환대와 도움, 셋째는 살면 살수록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산내만의 독특한 문화.
이 중에서도 세 번째, 산내 사람들이 만들어낸 산내의 문화가 진짜 특별함이 아닐까. 시골에서 그게 가능할까 싶은 일들도 산내라면, 산내 사람들이라면 가능했다. 다양한 배경, 다양한 재주를 가지고 모인 산내 사람들은 언제나 농촌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실현해왔다.
2020년, 산내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신인 청년 주민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삼반인작당'이라는 이름의 팀으로 활동 중인 보석을 마을카페 '토닥'에서 만났다.
우리 산내에서 살 수 있을까?
"산내에 온 지 이제 1년 조금 넘었어요. 산내에 오기 전엔 서울에서 비거니즘 동아리 활동을 했고요. 그러다 도시에서 비건을 실천하는 데 한계를 느껴서 농촌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도시 청년이 낯선 시골에서 적응하는 것 역시 만만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름대로 작전을 짠 것이, 공동체에 들어가는 거였죠."
그렇게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자연주의의 삶에 기대를 품고 내려온 곳이 산내였다. 공동체를 알아가며 웃고 웃으며 3개월의 시간이 흘렀을 때, 예정과 달리 갑작스레 공동체를 나오게 됐다. 공동체에서는 이들의 기대나 요구를 인정할 수 없어서 더 함께할 수 없다고 했다.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던 그때, 생각보다 많은 이웃이 이들에게 관심과 지지를 보냈다. "밥 한 끼 사주고 싶어요.", "우리 집에 빈방이 있는데, 와서 지내도 돼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요." 이런 따뜻한 말들이 이 청년들의 마음에 밥이 되고 집이 되었다. 그러다 진짜 살 곳도 구하고, 일자리도 얻었다. 그렇게 그들은 산내에 계속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러다 진짜 되겠는데?" 이러다 일낸 청년들
산내에 무지개가 휘날리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