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2일 가상현실 SNS 제페토 내 '태국 방콕' 맵에 접속해 불교 사원을 찾았다.
제페토
처음엔 가볍게 체험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가입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가상현실 속 아바타의 얼굴과 체형 등 외모를 정하는 과정부터 간단치가 않았다. 크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우선 현실 속 내 모습을 그대로 따오는 방식. 인공지능(AI) 기능을 이용해 카메라로 '셀카'를 찍으면 나와 비슷한 얼굴의 아바타가 생성됐다. 반면 현실에서의 나와는 상관 없는 새 아바타를 만들 수도 있었다. 선택의 기로 앞에서 고민이 길어졌다. '가상의 삶에서도 현실에서와 같은 인물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
고민 끝에 전혀 다른 이미지의 아바타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후로도 숱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수십 가지에 이르는 얼굴형이나 코 모양, 최소한 몇백 개는 돼 보이는 패션 아이템들을 고르느라 아바타를 생성하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며 가상현실 속 아바타에 애착이 생겨났다.
제페토에서 가장 이용해보고 싶었던 기능은 '월드'였다. 가상현실 안에 꾸려진 다양한 세계를 뜻하는 '맵'에 접속할 수 있는 코너다. 맵의 세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했다. 공항이나 파티룸, 교실 등 제페토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둔 맵 뿐만 아니라 가입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가상현실 공간을 직접 만들어둔 비공식 맵도 무수히 많았다. 최근 제페토의 가입자는 2억명을 넘어섰다. 한 명당 하나씩 맵을 만든다고 하면 오갈 수 있는 가상현실이 2억개 탄생하는 셈이다. 지루할 틈이 없다.
기자는 먼저 비공식 맵으로 향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 '해외'에 대한 갈증이 컸다. 이탈리아 베니스, 인도 타지마할 등 유명 관광지들을 검색한 뒤 각 맵으로 접속했다. 맵은 꽤 현실과 닮아 있었다. 베니스의 골목 곳곳을 누볐다. 인도 타지마할 앞에서는 요가 포즈를 취한 채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