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1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2021년 장애인노동권 3대 요구안 쟁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천재율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왜 우리는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까? 오늘은 그 배경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실시한 '2019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해당 조사를 통해 나타난 장애인의 노동권 현황은 처참했다.
장애인인구는 전체인구 대비 '경제활동률'과 '고용률'은 낮으며, 실업률은 높다. 그중에서도 중증장애인의 경활률과 고용률은 경증장애인의 절반수준이다.
비장애인을 포함한 전체인구와 비교하면 전체인구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낮은 수치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은 중증일수록, 여성일수록 일을 하며 살아가기가 어렵다. 현재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비장애인이 설계한 노동시장에서 그 몸을 구겨 넣어서 적응하고, 재활하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그런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얻으면 장애인의 삶은 더 괜찮아질까. 단언하건데 아니다.
노동시장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몸을 구겨 넣어서 일을 하고 있음에도, 장애인의 임금수준은 비장애인의 74.7% 수준으로 낮다. 심지어 최저임금법 제7조 제1호에서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은 최저임금법 적용제외 대상으로 규정하여 사실상 합법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같은 출발선에 세워두었다고 하여 공정경쟁이라 할 수 있는가. 이는 노동권-생존권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권리인데 말이다.
현행법상 장애인은 최저임금 안 줘도 되는 상황... 차별입니다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노동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는 이상, 중증장애인의 삶은 더 이상 괜찮아지지 않는다. 노동권을 확보하는 과정이 곧 생존권을 확보하는 과정임에도, 지금까지 중증장애인은 당연하게 배제되어 왔다.
앞서 제시한 '2019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들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한다. 그중 아래의 두가지 질문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가장 높은 비율로 같은 응답지를 선택했다.
질문1: 지난 주 일할 의사는 있었지만 지난 4주간 구직을 하지 않은 15~64세 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구직하지 않은 주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질문2: 지난 주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15~64세 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 응답자를 대상으로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 주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다수 응답: "장애로 인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비참하지만, 이러한 대답의 비중이 높은 것은 예정된 일이었다. 비장애인에 의해 설계되고 강요받아야 하는 일자리에서 이러한 대답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일하는 것, 노동하는 것은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국민의 권리이며 의무인데, 그 권리와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제시하지 못하니 이러한 실태조사를 할 때마다 이러한 답변이 나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실태조사를 하는 이유는 그저 간직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정보를 가지고 그냥 가만히 있을 것이 아니라,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일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게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제안한다: 권리중심일자리
글쓴이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이하 권리중심일자리)'를 그 '대안'으로 고용노동부에 제안한다. 많은 이들에게 생소할 '권리중심일자리',는 그동안 노동영역에서 배제되어, 비경제활동인구로 규정되었던 최중증장애인이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의 삶의 기반들을 새로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일자리이다.
실제로 이 일자리에 참여하는 중증장애인들은 임금노동을 처음 해보는 경우가 많으며, 임금노동을 해봤다고 하더라도 최저임금을 받고 일을 해봤다는 노동자는 찾기가 힘들다. 권리중심일자리는 최중증장애인이 살아가는 지역사회에서 활동지원 및 근로지원 제도를 사용하여 노동할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과정을 통해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양질의 일자리다.
권리중심일자리는 기존에 시장으로의 이전을 목표로 하는 재활중심의 일자리와는 다르다. 공공영역에서 중증장애인이 일할 권리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며, 처음으로 장애인이 갖는 '노동의 권리'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써 보장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현재 권리중심일자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으로 지난 2020년에 서울에서 출발했다. 올해 이 일자리는 서울을 너머 경기도에서도 작은 규모로 시범운영 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서울시와 경기도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공일자리 사업이다. 더 이상 최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일을 하여 정당한 임금을 받는 것이 허망하고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권리중심일자리는 충분히 검토하여 전국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