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에서 5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국민동의 청원 10만인 돌파 기자회견을 열고 주요정당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폐지안을 통과 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희훈
특히 이런 사건은 항상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북한 정권과 체제에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활동가들을 겨냥했다. '북한은 괴물 같은 사회인데 그런 사회를 좋게 보는 사람들도 괴물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을 탄압하는 것은 정당하고 필요하다'는 프레임으로 진보진영을 위축, 분열시키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어느 정도 먹힌다는 것이다. 사상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말하던 사람들도 북한 문제나 종북몰이 앞에서는 멈칫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석기 의원이 8년이나 감옥에 있지만, 진보 정치인들도 그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잘 내지 않았다.
이것을 '문재인은 북한의 개이고 빨갱이'라는 전단을 2019년 7월 뿌렸다가 고소당한 '청년'(그는 평범한 시민이 아니라 극우 유튜버이자 '국민의힘' 정치 활동가였다)의 문제와 비교해 보자. 전 사회와 대부분의 언론이 비분강개했고 진보적 정치인과 지식인들까지 그의 '표현의 자유'를 방어했다. 여기서 그 '청년'의 주장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를 '종북주사파'라고 공격한 변희재도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한국사회에서 종북몰이와 종북 혐오표현으로 누군가를 공격할 자유와 권리는 존재하지만 종북몰이와 종북 혐오표현을 거부할 자유와 권리는 별로 없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지지하지 않는 잘못된 생각이라도 그것을 표현할 자유를 가로막거나 법적으로 공격받는 것에 대해서는 방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반적으로 맞는 말이고 큰 틀에서 동의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대조적이고 이중적인 반응이 나타나는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더구나 종북몰이는 표현의 자유보다는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혐오표현의 성격이 더 크다. 이념대립으로 전쟁과 학살까지 겪은 한국 역사, 아직도 국가보안법과 종북몰이에 기반한 구조와 정치세력이 존재하는 한국사회에서 그 위험은 과소평가될 수 없다.
이미 '종북게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드러난 종북몰이의 잡종적 확대 가능성은 최근에 반페미니즘적 백래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초등교사들로 구성된 급진 좌경 페미니스트 지하조직이 조직적으로 페미니즘 세뇌 활동을 해 왔다'는 국민청원이 수십만 명의 청원을 받아서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차별과 혐오는 그 토대, 구조, 세력에서 연결돼 있다.
예컨대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나 논의조차 되지 못한 '단절의 10년'에서도 이것을 볼 수 있다. 그 '단절의 10년'을 이야기할 때 보통 2013년 민주당 김한길 의원의 발의와 자진 철회가 등장한다. 우파와 혐오세력의 공격에 굴복했던 김한길 의원은 요즘도 차별금지법을 다루는 방송에 출연해 그 시절을 돌아보며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2012년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의 발의였다. 통합진보당과 김재연 의원은 결코 이 법안을 철회한 적도 내용을 타협한 적도 없다. 그러나 2012년부터 시작돼 2013년에 그 절정에 달하고 2014년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으로 이어진 종북몰이 속에서 차별금지법 논의도 함께 사라졌고 그 법안은 2016년 자동폐기됐다. 이것은 차별금지법 '단절의 10년'을 돌아볼 때 매우 중요한 지점이지만, 오늘날 흔히 망각되고 있는 지점이다.
그 점에서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서로 연결시키고 함께 힘을 모으려는 움직임은 너무나 반갑고 고무적이다. 차별과 혐오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없어져야 할 것이 국가보안법이고 가장 필요한 것은 차별금지법이다.
당장 중요한 것은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청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을 발판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10만 청원도 성공 시켜 내는 것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끝까지 함께 손을 잡고 이뤄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국가보안법 폐지하고,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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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국가보안법은 폐지하고, 차별금지법은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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