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고 입는 건 바로 이 소이다.
김명일 활동가
트럭에 실린 소는 우유 광고에서 보이는 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앙상한 몸에 뼈가 훤히 드러난 모습. 무기력해 보였다. 도축장에 온 젖소는 어떤 삶을 살다 왔을까? 농장에서 젖소는 인간에 의해 강제 임신을 당한다.
임신 후 출산을 한 젖소에게서 우유가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도 똑같지 않은가. 그리고 어미 소가 송아지를 낳으면 송아지는 인간들이 데려간다. 왜냐하면 소의 젖, 우유는 인간이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수컷 송아지는 젖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며칠의 짧은 생을 살고 도축장으로 향한다. 운 좋게 살아남은 암컷 송아지는 엄마처럼 인간을 위한 우유 기계가 된다. 젖소는 대형 착유 축사에 들어가 하루 2~3차례 착유된다. 이런 젖소가 건강할 리 없다. 젖에서 고름이 나오기도 하고 수명도 줄어든다.
자연 상태의 젖소의 평균 수명이 20년인데 반해 착유되는 젖소의 평균 수명은 4~8년이다. 평생 착취당한 젖소가 우유 생산력이 떨어지면 도축장으로 온다. 평생 젖만 짜이다가 결국 죽어서 고기가 된다. 우리 인간들은 지성과 지식을 활용해 젖소의 모든 걸 남김없이 착취한다. 이것이 인간만이 가진 위대한 지성인 걸까.
비질 당일처럼 비가 와서 소가 다치면 도축장으로 온다. 죽은 상태의 소는 도축할 수 없기 때문에 소 주인들은 소가 죽기 전에 부리나케 도축장으로 실어 온다. 죽은 소는 돈이 안 되지만 다친 소는 돈이 된다. 다친 소를 도축장에 파는 주인들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업이니까, 먹고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소는? 소의 생애를 생각하자 마음이 착잡했다. 비질에 참여한 한 시민은 말했다. "함부로 동정하고 함부로 연민해서는 안 되는데 너무 슬프고 불쌍하다." 너무나 공감되어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