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의 선거 공약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의 2010년, 2014년, 2018년 선거 슬로건과 핵심 공약 내용이다.
김홍규
강원 지역을 예로 살펴보자. 위 표는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의 2010년, 2014년, 2018년 선거 공약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선거 공약은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며 당선 이후 곧바로 정책으로 집행된다. 위 내용을 보면 진보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의 정책 보수화 주장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나는 민병희 교육감 선거 공약이 2014년 선거를 기점으로 보수화됐다고 생각한다. 정책 보수화 경향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것이 학습, 공부에 대한 강조이다. 2014년 선거 공약부터 공부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당시 두 번째 핵심 선거 공약이 '누구나 즐거운 공부'였다. 2018년에는 학력이 최우선 정책이 됐다. 2010년 공부와 입시경쟁으로 내몰린 학생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다른 방향에서 고민했던 공약들과 대조적이다.
강원도교육청은 각종 공문을 포함한 공식 자료에서 '강원도 행복청'이라는 별칭을 사용한다. 민병희 교육감과 교육 관료들도 각종 자리와 언론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행복한 삶'을 자주 입에 올렸다.
하지만 수사에 머물렀다. 정작 정책 방향은 학생들을 가장 괴롭히는 공부에 집중되고 있다. 책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국어, 영어, 수학을 다시 강조한다. 고등학교 교육 정책에서 대학입시 지원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이른 진로 선택을 강요한다. 공부를 강조하는 정책 보수화의 연장선이다.
지금처럼 진보 교육감과 전교조의 정책적 이견이 반복된다면, 전교조와 진보 교육감 모두에게 좋지 않다. 무엇보다 진보 교육 진영의 진보 교육 정책 제도화 노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자칫하면 보수 교육의 귀환을 부르고,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전교조를 포함한 진보 진영 모두가 전교조와 진보 교육감의 관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교육복지 개념, 심화가 필요하다
1년 전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민주당이 최근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 여러 진단이 나왔다. 가장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표현은 '무능'과 '오만'이다. 무능은 보수 세력과는 다른 진보적 정책의 제도화 능력과 관련돼 있다. 오만은 보수 세력과는 다른 삶의 태도와 성찰에 연결돼 있다.
이는 진보 교육에 그대로 옮겨 적용해 볼 수 있다. 진보 교육 진영은 보수 교육 진영과는 다른 교육 정책을 제도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울러 진보 교육 진영은 자신들이 주장한 교육적 가치를 삶에서도 실현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진보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 정책들이 대부분 정부 교육 정책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은 교육감 권한의 한계로만 변명할 수 없다. 진보 교육청과 보수 교육청 정책에도 큰 차이가 없다. 진보 교육감의 존재 이유를 묻는 말이 나오는 대목이다.
최근 '민주당의 곤란'과 대응을 거울로 삼을 수 있겠다.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가 바라는 것은 교육 정책의 보수화가 아니다. 제대로 된 진보 교육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여 교육 적폐를 뿌리부터 혁신하라는 명령이다.
장석웅 교육감은 인터뷰에서 교육복지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된 현실을 생각하면 안이한 현실 인식이다. 경제적 양극화로 인해 교육 불평등도 커졌다. 교육복지 개념을 심화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무상으로 밥먹고, 학교에 내는 수업료를 내지 않는 정도로는 교육복지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그들 보호자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성찰 없이 진보는 불가능하다. 진보 교육감과 전교조가 교육 정책에 대해 의견 차이를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진보 교육 정책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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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에 따라 입장 갈리는 진보 교육감과 전교조,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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