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무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 산업재해 인정하라! 반도체 2세 직업병 산재신청 기자회견
반올림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여성의 몸은 임신하고 출산할 때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중요하기에, 안전한 노동환경에 대한 요구 또한 협소한 모성보호 관점이 아니라 유해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노동자의 성 건강, 재생산 건강의 침해 문제로서 다뤄져야 합니다.
산재보상에 대한 요구 또한 단지 장애나 질병을 지닌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게 됐다는 것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노동환경의 문제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태어나는 사람 모두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사실이 인식되어야 합니다. 이를 보장하지 않을 경우 이후의 삶의 질을 보장할 책임이 그 원인을 제공한 기업과 국가에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관점에서, 유해 노동환경으로 인한 생식 건강의 문제는 임신한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고 임신 여부나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이자 산재 보상의 영역으로서 다뤄져야 합니다. 제주의료원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성·재생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 노동환경 또한 물리적 요건이나 독성물질 뿐 아니라 과로, 스트레스, 성희롱 등과 같은 문제들까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UN여성차별철폐협약 제11조는 임신 중인 여성에게 유해한 것으로 판명된 업무 유형에서 여성에게 별도의 보호 조치를 제공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내법에도 모성보호라는 이름으로 여러 관련 조항들이 있습니다만, 이제는 모성보호가 목적일 때에만 유해 노동환경을 전제하는 법과 제도의 기준 자체를 바꿀 것을 요구합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는 2020년 낙태죄 폐지 이후의 입법 과제로서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 법안의 13장은 일터에서의 성·재생산 권리 보장을 다루고 있고, 그 중 46조는 이러합니다.
"모든 근로자는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를 가지며, 근로자라는 이유로 이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모든 근로자는 업무상의 사유로 성적 건강과 재생산 건강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모든 근로자는 성적 건강과 재생산 건강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업무배제 또는 고용상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법이 보장하는 권리의 주체는 '모든 사람'이며, 노동 현장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은 당연한 것이고, 모성보호라는 명분으로 다시금 부당하게 여성의 노동할 권리를 침해하거나 차별하는 근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노동자 2세 건강손상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라는 요구가 우리 사회에 아주 중대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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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황상기 씨의 제보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전자산업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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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를 지키기 위한 도구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여성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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