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보도된 <뉴스1> '초등학교 수학여행지가 5.18 민주묘지... 일부 학부모 반발'
뉴스1
5,18이 논란의 역사? 역사적 평가 끝난 사건
반대 의견은 정치적 논란이 있는 장소를 수학여행지로 정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으며, 자라나는 아이에게 정치적 논란의 장소 견학은 혼란을 줄 수도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해당 기사에 나온 문제제기 학부모들의 반대 이유다. 5.18 민주화운동을 두고 '논란의 역사'라고 눙쳤는데,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이다. 5.18은 이미 역사적 평가는 물론 사법적 판단조차 끝난 사건이다. 교과서를 비롯한 모든 공식 문서에 민주화운동으로 명시되어 있다.
굳이 이런 것까지 덧붙여야 하나 싶지만, 이미 초중고 교과서에 민주주의 관련 단원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강조되는 사건이다. 수학여행도 교육과정의 일환일진대, 교과서 내용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다. 백 보 양보해서, 해당 학부모들의 주장은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으로 미루어 그들은 5.18이 북한군이 개입해 일으킨 소요 사태라 여기고 있는 듯하다. 아직도 그런 가짜 뉴스를 믿는 이들이 있다는 게 답답하지만, 그들의 자녀들은 또 무슨 죄인가 싶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이른바 확증편향은 은연중에 전승되는 법이다.
논란이 인 탓인지 수학여행에 불참하겠다고 신청한 경우가 지난 2020년에 견줘 다소 늘었다고 한다. 죄다 정치적 논란 때문에 불참하는 건 아닐 것이다. 다만 그렇다면 가짜 뉴스에 포획된 부모로 인해 애꿎은 아이가 5.18을 북한군의 소행으로 여기게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긴 하다.
기사를 읽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진주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단지 진주시민일 뿐 해당 학교의 학부모는 아니다. 5.18에 대한 진주시민들의 평균적인 인식을 듣고 싶었다. 아무리 보수적인 고장이라고 해도, 가짜 뉴스에 휘둘리는 이들이 다수는 아닐 거라고 여겨서다.
예상대로 그도 그렇게 답했다. 극우 유튜버를 지상파 방송의 앵커보다 더 신뢰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진주시민 다수는 서울이나 광주시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식적인 분들이라고 말했다. 5.18 묘지로 수학여행 가는 걸 반대하는 학부모 역시 극소수일 거라는 거다.
문제는 학교 측의 소극적이고 위축된 태도다. 학부모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미덕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합리적이고 교육적일 때만 그러하다. 아무런 논리도 근거도 없이 생떼 쓰듯 주장하는 거라면 설득하고, 안 되면 단호히 맞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름지기 미래세대 아이들을 길러내는 학교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런데 해당 학교는 논란을 덮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학부모의 왜곡된 인식에 맞서기는커녕 SNS에 탑재한 가정통신문을 서둘러 삭제하는 건 스스로 '을'의 처지임을 인정하는 행태다. 5.18은 국가가 인정한 민주화운동이고, 5.18 묘지는 민주주의 학습장임을 왜 당당히 말하지 못하는가.
해당 학부모에게 건넨 학교의 해명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고 사정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적인 의도는 없고 단순히 민주주의의 산실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교가 언급한 '확대해석'이란 과연 무슨 뜻일까?
5.18은 '확대해석' 해도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일 뿐이다. 불의한 권력의 총칼에 수많은 광주시민이 학살당한 사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에 빚졌다'라는 학자들의 공통된 평가까지 거론하진 않더라도, 학교가 역사적 사실까지 눈치를 봐서야 되겠는가.
기사 그렇게 쓰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