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 참여서점 명단지난 세계 책의 날(4월 23일)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가 추진한 ‘대구시민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은 지원금 소진으로 사흘 만에 조기 마감됐다.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
두 해가 지나도록 진행되지 않았던 사업을 대구시는 올해 초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지원은 여전히 미비하다. 지난 4월 23일 시작한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은 사흘 만에 조기 마감됐다. 시에서 사업을 위탁받은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아래 센터)가 서점 30곳과 시민들에게 1인당 5만 원까지, 도서 구입비 50%를 지원하는 게 사업의 골자다.
올해 11월까지 사업이 계획됐지만, 이 중 28곳에서 하루 만에 지원이 종료됐다. 대학생 박준호씨는 "시간상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며 "시에서 도서구입비를 지원해주는 데도 사용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명단에 독립서점과 작은 책방들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네서점지도(www.bookshopmap.com)에 등록된 지역서점 중 이번 사업에 선정된 곳은 '동네책방 OO협동조합', '책벌레' 총 2곳뿐이었다. 그는 "이들의 실제 수요를 고려해 추후 신청 대상과 과정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아래 책방넷) 사무국장은 "현금성 지원의 문제점"이라 지적하며, "대형서점에 비해 지역서점이 살아남기 힘든 제도적 환경에 더해 사전 조사나 설계가 미흡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 설명했다. 센터 측은 "첫 사업이라 예산 자체가 너무 적었고 서점주들이 신청을 망설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기 마감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소진식이다 보니 서점이 열리기도 전에 줄을 서서 책을 사려는 시민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콘텐츠과는 "사업 참여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원인과 개선책을 살펴볼 예정"이라 말했다.
대구시의 지역서점 인증제를 뒷받침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 8곳은 대부분 관련 조례가 부재했다. 남구·달서구·수성구의 경우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갖추고 있으나, 실제 서점 지원 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달서구뿐이었다. 달서구 복지문화국 도서관과는 "지역서점에서 구립도서관 이용자들이 신청하는 희망도서를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구 차원에서 유일하게 이뤄지는 공적인 지원이다. 한편 북구·동구·서구·중구·달성군의 경우 조례와 지원 모두 부재한 상태로 각 구청 관계자들은 "자체적으로 서점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적은 예산은 지역서점까지 아우르지 못해
다양한 지역서점 지원 사업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지방자치단체와 별도로 운영되며 지원 규모 역시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아래 출판진흥원)은 올해 심야책방, 서점학교 등 5개의 사업 운영을 위해 지역서점을 모집하면서도 "각 지역서점들이 지원할 수 있는 여러 사업을 지자체와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 대표는 "서점을 열었다고 해서 지원 제도가 특별히 안내되는 부분은 없다"며 "서점들이 개별적으로 출판진흥원 등을 찾아 지원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동구 불로동에 문을 연 책방 '여행자의 책' 박주연 공동대표는 "아직 지역 기관 및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은 없다"며 "서점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에 비해 서점에 대한 지원은 아직 미비한 편"이라 말했다.
적은 예산 규모는 지역서점 규모를 아우르지 못했다. 앞서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은 대구 지역서점으로 인증된 171곳의 서점 중 30곳을 선정하는 데 그쳤다. 센터 측은 "올해 예산이 소진돼 추가로 예정된 사업은 없다"며 "내년은 사업을 보완할 계획이지만, 아직 예산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체부 산하 진흥원에서 시행하는 사업은 전국 규모의 기획 사업인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출판진흥원은 2020년에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의 경우 전국에서 총 50개 서점을 선정했다. 지역문화진흥원은 올해 '동네책방 문화사랑방' 사업에서 최종 23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출판진흥원에서 선정된 지역서점은 3곳(더폴락, 학이사, 시인보호구역),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선정된 지역서점은 1곳(책방i아이)에 그쳤다. 2020년 12월 기준, (주)동네서점이 발표한 전국의 독립서점이 총 634곳임을 고려하면 각 사업에서 선정되지 못한 영세한 서점이 여전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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