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영해안산책로버스에서 내리면 다닥다닥 붙은 집들 사이로 보이는 수평선에 늘 놀라게 된다. 아름다운 곳이다.
김나라
"이런 데가 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말도 안 되는 풍경이었다. 바다와 절벽, 작디작은 집들이 꿈길처럼 맞물리며 이어지는 곳. 흰여울마을에 반해 부산에 들락거리다, 아예 부산에 터를 잡았다.
영도 흰여울문화마을에 처음 방문한 것은 8년쯤 전이다. 그때 마을은 유명 관광지가 아니었다. 마을길과 바위 터널을 지나 중리해녀촌까지, 절영해안산책로를 한가롭게 걸었다. 시야에 꽉 차도록 탁 트인 남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눈부신 햇빛, 해진 후에는 부산항에 입항하기 위해 떠 있는 상선들의 불빛이 황홀했다.
그리고 이를 다른 자연경관보다 아름답고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해안 절벽을 따라 자리한 '마을'이었다. 피란길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이르러서도 의연히 일궈낸 삶의 모습이 있었다. 그래서 머무는 동안, 사람들의 강건함이 주는 울림이 내 일상으로 전해오는 느낌이었다.
2015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흰여울마을이 방송에 나간 후부터 좁은 마을길에는 다니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2018년 즈음부터는 길가의 가정집도 한 집 걸러 한 집 카페로 바뀌었다. 하지만 문만 열면 바로 관광객이 지나다니는 길인데도 허름한 가정집들은 곧잘 문이 열려 있었고, 고양이들과 주민분들이 한가롭게 집 앞에 나와 앉아 있었다.
할매 할배들은 옆집 이웃처럼 말을 걸며 나서서 길을 가르쳐 주고, 고양이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고양이의 일상을 설명해 주셨다. "친절하시네. 여긴 문제가 없나 봐." 흔히 관광지 원주민이 관광객에게 갖는 적대감이 느껴지지 않아, 그때까지만 해도 성공적으로 관광지화 된 곳일 거라 생각했다.
며칠 전 오랜만에 흰여울마을을 다시 찾았다. 카페가 더욱 늘어난 모습을 보니 예전의 마을 모습이 떠올라 새삼스레 생경했다. 날이 더운 편이었지만 문이나 창문이 열린 집은 찾기 어려웠다. 길 구석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쉽게 눈에 띄었다.
한 주민은 '정숙' 표지판 앞에서 떠들며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가 집 밖에 침을 뱉고 들어갔다. 두세 달에 한 번쯤 마을을 지날 때마다, 마을의 분위기가 조금씩 삭막해져 가고 있었다.
전국구 마을이 된 후 남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