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을 하는 서예가 권미숙씨
박미연
그녀는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만회하고 싶었다. 그동안 전업주부로 살며 소소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돈 문제에서 가끔씩 남편이 건네는 말이 섭섭하게 들리기도 했다. 시어머니도 막내아들 혼자 돈 버는 것을 안타까워하셨다. 집에 있다고 노는 게 아닌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업주부로 산다는 것이 이토록 입지가 좁다.
지금의 중장년 여성들이 결혼 적령기였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까지는 사회가 경제적으로 고도의 성장기를 거쳐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단계로 진입할 때였다. 학교만 졸업하면 걱정없이 취업이 되는 한편, 외벌이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시대였다. 그래서 여성들이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며, 외벌이로는 먹고 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에 따라 2000년대에는 결혼한 여성들의 맞벌이에 대한 사회적 요구로, 그녀들은 수퍼우먼으로 거듭나야 했다. 육아, 가사 그리고 직장일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집에서 육아, 가사 노동만 하는 전업주부는 놀고 먹는 팔자 좋은 사람으로 불리는 시대가 되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권씨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삶에 보상하고 싶었다. 위축된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었다. 이것이 주변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전시회를 강행했던 이유다. 이번 전시회는 10년 동안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엄마 권미숙씨의 눈물겨운 결실인 셈이다. 성인의 문턱에 있는 그녀의 아이들은 전시회를 개최한 엄마를 어떻게 보았을까.
"특히 딸아이의 반응에 놀랐어요. 자기 일에 몰두하다 잠든 엄마의 모습이 너무 멋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딸에게 그런 엄마로 보였다는 것이 정말 뿌듯했어요."
권씨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시선에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일에 몰두하는 멋진 엄마로 살고 싶다고 한다.
중장년층 여성들의 꿈을 응원한다
전업주부들도 할 말이 있다. 20~30년 동안 남편의 돈벌이 노동에 기여하며 자녀들의 양육과 교육을 전담한 것, 돈으로 환산하면 남편 이상의 경제 활동이라고. 가사노동과 육아를 생산 활동에 포함시키지 않고 남자들이 여자들을 먹여 살리는 것처럼 가장하는 가부장제 사회가 위선적일 뿐이다.
전업주부의 무보수 노동으로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가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떠야겠다. 전업주부로 살았던 중장년층 여성들이 그녀들의 노동을 하찮게 여기는 사회 문화적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좀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접었던 날개를 활짝 펴서 그녀들의 꿈을 향해 높이 날아오르기를 바란다.
권씨는 용인시 문화재단의 문화예술 공모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전시회를 준비했다. 용인시 문화재단은 시민의 문화 향유와 예술 창작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되었다. 그녀는 도록을 제외한 전시회 제반 비용을 지원금 안에서 충당했다. 용인시청내 문화예술원 전시관 대관도 지원의 일환으로 약 5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권씨의 전시회를 통해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중장년층 여성들이 꿈을 찾는 여정에 좀 더 뜻을 두고 그 길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의외로 그 꿈을 지원하는 사업이 그대 가까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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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가 왜 서예를..." 이 말에 흔들리지 않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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