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지혜로운 자가 좋아하는 물과 어진 자가 좋아하는 산
한승희
헤르만 헤세의 소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는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삶의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습니다. 나르치스는 지성적이고 경건한 수도사로 자기 내면을 응시하면서 깨달음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그는 수도원을 떠나지 않습니다. 떠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감성적이고 충동적인 몽상가 골드문트는 방랑을 떠납니다. 그는 세상의 온갖 감각과 경험을 맛보며 그것을 통해 인식에 도달합니다.
논어에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이란 말이 있습니다.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살다 보니 이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바닷가 출신인 저는 늘 출렁이고 변화무쌍한 바다를 좋아합니다. 수평선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합니다. 바다에서 배가 들어올 때면 포구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배에서 쏟아져 선창에 널리는 이름 모를 갖가지 물고기들, 어디엔가 숨어있다가 삽시간에 몰려드는 사람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물결에 일렁이는 뱃머리들,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는 통통배들. 모든 것들이 움직이고 수시로 변합니다. 그래서 이 세계에 흥미가 있어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물을 좋아하나 봅니다. 액체 속성의 물은 정형이 없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그러나 칸트나 아내와 같이 어진 자들은 세계를 향한 호기심보다는 자기 내면의 성찰을 즐깁니다. 본질적인 것, 영원한 것을 사유하는 데에 목을 맵니다. 그러니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지속적이고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산을 좋아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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