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거리시아버지를 만나러 추모의 집에 가는 길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움이 빗물이 되어 흐르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김정연
"아버지한테 다녀오자"라고 했다. 가는 길 내내 휴대폰 재생목록에서는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날씨와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노래였다.
음악을 듣다 보니 비가 거세게 내리는 도로를 달려 어느새 추모의집에 도착했다. 자판기에서 믹스커피 한 잔을 뽑아 안으로 들어갔다. 믹스커피를 앞에 두고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리고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우리는 말 없이 밖으로 나왔다.
유난히 믹스커피를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심근경색으로 진단받은 후에는 믹스커피를 드시지 못했다. 믹스커피를 마실 때마다 시어머니의 단속에 걸려 잔소리를 들으셨다.
시아버지는 좋아하는 믹스커피를 그 후론 거의 드시지 못했다. 가끔 남편이 시댁에 가면 주방에서 자기가 먹을 거라며 믹스커피를 타곤 했다. 아버지를 드리려는 것이란 걸 알고 있었는데 시어머니도 나도 모른척했다.
시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갈 때마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마음에 시어머니에게 무심히 말씀하셨다.
"지난번에 애들 오면 준다고 한 것 있잖어."
"애미야, 손녀딸 주려고 뭐 사놓던 것 같던데 엄마한테 물어봐라."
"너희 어머니 고추장 담가 놓더라."
어머니께서 깜빡하시고 챙겨주지 않으실라치면 무심하게 한마디 했다. 시어머니가 잊어버리고 있던 것을 기억해내고 하는 말씀이다. 항상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라며, 둘도 없는 손녀라며 무심한 듯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시아버지는 3년 전에 소화가 안 된다며 새벽에 물을 마시러 주방에 나갔다가 넘어졌다. 자식들 걱정할까 봐 병원에 안 간다고 버티는 걸 남편이 겨우 병원으로 모셨다. 어렵게 모시고 가서 진찰을 받으신 후 한 달 반 동안 병원에 계셨다.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집에 가고 싶다고 했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