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출신 가수 송창식은 매주 금·토요일 저녁 미사리 라이브 카페 ‘쏭아’에서 노래를 부른다. 지난 4월 9일 저녁 송창식이 공연을 하고 있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 하나 이렇게 밝혀 놓으셨나요/ 어느 별 어느 하늘이 이렇게/ 당신이 피워 놓으신 불처럼/ 밤이면 밤마다 이렇게 타오를 수 있나요~"
송창식(74), 그가 거기에 있었다. 여전히 눈을 지그시 감고, 얼굴 하나 가득 해맑은 미소로 송창식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실내가 쩌렁쩌렁 울렸다. 검은 패널의 통기타를 내려놓고, 양팔을 번쩍 들어올린 채 '피리 부는 사나이'를 불러줄 것도 같았다.
'담배 가게 아가씨', '우리는', '토함산'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테이블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 시간 동안 열 곡 정도를 열창한 그가 무대를 내려온 시각은 밤 9시 40분.
송창식은 미사리의 라이브 카페 '쏭아'에서 매주 금·토요일 저녁에만 공연을 한다고 했다. 노래를 다 부르고 대기실로 들어가는 그를 따라 들어갔다. 아이보리색 저고리와 밤색 바지 한복이 잘 어울렸다. 살이 오른 하얀 얼굴과 통통한 손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이제 맑은 소리는 글렀어요. 내 목소리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 죽겠어요. 혹시나 판소리하는 사람처럼 변하면 새로운 음악을 할 수 있을까나."
어쩐지 목이 조금 쉬었다 했다. 1976년 성대 결절 수술을 받은 그는 3년 전 또 한 차례 수술을 받았다. 그 뒤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양쪽 성대에 다 메스를 댔으니 더는 수술을 받을 생각이 없다. 운이 좋다면 새로운 목소리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데뷔 54년 지났어도, 매일 연습하는 가수
1967년 데뷔, 대중 앞에 선 지 54년이 지났건만 그는 여전히 음악에 목마르다. 매일 1시간은 기타, 1시간은 발성 연습을 하는 것은 음악적 갈증을 채우기 위해서다. "머리에 떠오르는 음이 '차~안' 하고 기타에서 나와줘야 하거든. 그런데 몸이 머리 말을 잘 안 들어. 그래서 그거 맞추려고 매일 연습하는 거예요."
송창식이 밤과 낮을 거꾸로 사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새벽 4시쯤 잠자리에 들고 오후 2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요즘은 치과와 내과에 다니느라 앞뒤로 1시간 오차 범위 내에서 왔다갔다한다. "일어나면 1시간 동안 화장실에서 책 읽고, 2시간 운동하고, 2시간 (음악) 연습을 해요. 오후 7시에 아침 먹고 새벽 1시쯤 점심 겸 저녁을 먹지요."
화장실에서 책을 읽는 것은 그렇다 치고, 운동 방법이 참 독특하다. 팬티 바람으로 2시간 동안 한 자리에 서서 뱅뱅 도는 것이 그가 하는 운동이다. "다 돌고 나면 땀이 비 오듯 하고 원심력에 의해 손가락 끝으로 피가 몰리지. 그런데 건강에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은 세상에 없어요."
그가 이 기묘한 운동을 시작한 건 27년 전이다. "1994년 3월 4일부터 돌기 시작했어요. 이왕 시작하는 거 1만 일을 채워야겠다 생각했지. 2024년이 1만 일이니까 아직 몇 년 더 남았어요." 송창식은 "2000년 전쯤 무예의 기본운동이 도는 거"였다며 "1만 일을 채우기 위해 그동안 외국도 안 다녔다"고 말했다.
송창식은 인천 중구 답동, 정확히 송도중학교 옆에 붙어 있던 집에서 1947년 태어났다. 땅이 많고 트럭도 몇 대 굴리며 운수업을 하던 부잣집이었다. 한국전쟁은 그러나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아버지가 6.25전쟁 때 전사하셨어요. 어머니는 나와 여동생을 할아버지 집에 맡기고 집을 나가버렸어요. 내가 일곱 살, 동생이 네 살 때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