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언급한 트위터.
트위터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까지 나온 정보들만으론 '표면적으론' 머스크가 미국 증권법에서 정하는 시장 조작(Market Manipulation) 행위를 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미 증권법은 시장 조작 행위를 '시장을 간섭하려는 고의적 시도이자 투자자를 속여 이익을 챙기기 위한 방법'이라고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핵심은 고의가 있었냐는 것입니다. 만약 스스로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해 시세를 움직였다면, 고의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머스크는 현재 도지코인에 투자하고 있는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자신이 이득을 보기 위해 말과 글로 도지코인의 가격 변동을 부추겼는지 알기 힘든 셈입니다.
그런데도 그가 '시장 조작'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머스크가 도지코인의 소유주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가 경영하고 있는 테슬라는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의 특성상, 시장에는 투자자들의 '심리'에 따라 가격이 요동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곤 합니다. 도지코인의 호재가 전체 가상자산 시장의 호재로 읽히기도 하죠. 머스크가 도지코인의 상승을 자극하면 덩달아 비트코인가격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1월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에 직접적으로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해시태그를 추가해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에는 테슬라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비트코인을 팔아 총 1억100만 달러(1123억 원)의 수익을 봤다고 밝혀 '먹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게다가 머스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테슬라 차 구매시 허용했던 비트코인 결제를 돌연 중단한다고 선언해 가상자산 시장에 큰 충격을 가했습니다.
미국 법률 회사 앤더슨 킬의 파트너 변호사 프레스턴 번은 지난 2월 미 가상자산 전문매체 디크립트(Decrypt)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꽤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조심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 경영자들은 그들의 말이 상품이나 증권의 맥락에서 조작이나 기만적 장치, (그들의) 편익으로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머스크의 돌발행동, 처음이 아니다
사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들의 장난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 엄격히 대처해왔습니다.
일례로 지난 4월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의 미국 지사가 '만우절'을 맞아 브랜드명을 볼츠바겐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은 폭스바겐이 전기차 시대를 맞아 이름에 볼트(Volt)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줄로 오해했습니다.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주가 조작 논란이 일자 SEC는 현재 직접 폭스바겐을 조사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게다가 SEC가 머스크의 입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머스크의 가벼운 언행이 시장에 논란을 일으켰던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SEC는 지난 2018년 9월 머스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당시 월가가 연일 테슬라의 주가를 비관적으로 보자, 머스크는 트위터에 사측과의 별도 논의 없이 '테슬라를 비공개 개인 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주당 420달러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고 적었기 때문입니다. 트위터가 게재된 이후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머스크는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테슬라와 머스크에는 각각 2000만 달러의 벌금도 부과됐습니다. 또 SEC는 머스크에게 테슬라와 관련한 일부 트위터를 게시할 때는 사내 법무팀의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명령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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