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만 23세 청년 이선호씨가 평택항 부두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도중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고인이 사망한 현장을 아버지가 찍었다.
김종훈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관리감독이 공백이 되면 안 된다. 그런데 해양수산부는 항만노동자의 안전은 운영사의 책임이며, 민간기업인 운영사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고 발뺌한다.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활용하여 위험을 예방하도록 조치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항만협의체와의 협의를 통해 점검방문을 할 뿐, 항만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으니 관리감독을 하기 어렵다.
산재사망이 계속되자 해수부는 2019년 3월 19일 항만물류 안전사고 예방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별도 작업 안전구역 등 시설개선이나 정기적인 안전점검, 부두운영사에 대한 안전평가제도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정기적인 안전점검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노후한 시설물에 의한 사고는 왜 계속 발생하는가.
반복적인 산재사망사고에도 불구하고 왜 운영사들은 타격 없이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가. 왜 현장에는 안전관리자들이 없거나 형식적인가. 정부의 '항만 물류사고 종합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것인지 질문할 수밖에 없다.
민간 항만 운영사에 안전에 대한 책임을 떠넘겨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선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되었든 해수부가 되었든, 제대로 항만의 구조를 이해하고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 항만안전감독관 제도를 두어야 한다.
또한 형식적인 안전협의체를 제대로 운영하고, 안전협의체에 항만사업자만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전협의체에는 반드시 하청업체 노동자와 일용직 노동자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2019년 항만의 안전을 위해 내놓은 대책이 왜 실효성이 없는지 검토하고 제대로 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운영사들의 책임도 중요하다. 2022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원청의 책임도 강화될 것이고, 항만운영사들도 안전에 투자하고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경총 등 경제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경영책임자를 안전관리자로 대체하게 하거나,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매우 좁혀서 결과적으로는 책임이 없도록 만들고, 원청의 책임도 무화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
시행령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제대로 나서야 한다. 실질적인 경영책임자가 포괄적 의무를 지니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유가족은 원청 경영책임자의 사과, 죽음의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조사를 담당한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조사 내용을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 구조적인 원인을 파악하여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회도 나서야 한다. 항만에서 산재사망자가 발생할 때마다 여러 법안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 윤준호 의원이 해수부에 항만 전체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하고, 노동자를 포함한 안전협의체 구성 내용을 법에 담았으나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폐기되었다. 21대 국회에서 최인호 의원이 발의한 항만 안전감독관 신설이 담긴 법도 계류 중이다.
사람이 죽어서야 나서는 것도 슬프지만, 사람이 죽어도 바뀌지 않으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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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40명이 그곳에서 다친다... 그대로 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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