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구매해 본 랍스터 네 마리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홈쇼핑에서 처음으로 구매해서 삶았던 랍스터
오성우
아내는 이제 다 된 것 같다며 고무장갑 위에 일회용 장갑을 끼고, 가장 실한 놈 하나를 들고서 몸통 앞부분과 꼬리 부분을 비틀어 분리했다. 큰 꼬리살이 툭 튀어 나왔다. 한 입에 먹기 좋게 잘라 아이들에게 먹어 보라고 했다. 랍스터 살을 계속 발라내고 있는 아내의 입에도 한 점 두툼한 살을 넣어주었다.
"어때? 괜찮아?"
"어. 맛있다. 짭짤하고, 쫄깃하다."
"주영이랑 주원이는 어때?"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두 아들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라면을 워낙 좋아하는 둘째는 얼른 랍스터 다리 넣고 라면을 끓여 먹자고 아우성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그림이 아니었다. 홈쇼핑에서는 우아하게 살을 발라 먹고, 요리를 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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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랍스터 살 발라내기 아내가 직접 랍스터 껍질을 벗기로 살을 발라내고 있는 동영상 ⓒ 오성우
랍스터를 해체할 도구가 없었다. 집에 있는 가위와 내 손을 동원하여 힘들게 다리에 있는 살을 하나씩 발라냈다.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애들 입에 하나씩 넣어주었다. 처음과 달리 진미를 알게 되었던지, 아이들은 나와 스마트폰 화면을 수시로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TV를 보며 상상했던 우아한 모습의 요리나 식사 장면은 아니었지만,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랍스터여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과 같이 먹고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다. 4인용 식탁에 다 함께 둘러앉아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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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참여와 자치활동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을 만나는 일을 하는 청소년활동가이자, 두 아들의 아빠이며, 사랑하는 아내 윤정원의 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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