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비일상, 고등학생과 여행자의 경계, 김포공항에서
이원재
나의 10대는, 학교에 다니면서도 학교 밖 청소년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당시엔 소속도 있었고 결석하는 일도 없었지만, 학교생활에는 크게 정을 두지 않았다. 대신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이나 방학에는 제주도와 같은 국내 여행지의 게스트하우스를 다녔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곤 했다. 대부분의 나이는 20대에서 30대,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들을 먼저 지나온 사람들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모인 이들은 여행자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유대감을 형성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무적인 관계도 아니니 자연스레 진솔하고 현실적인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고, 이들은 대학교 진학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말했다. 여러 유형이 있었다. 성적에 맞춰 학과에 진학했고, 결국 전공과 맞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 주변의 등쌀에 밀려 대학에 갔지만, 그 의미를 찾지 못해 등록금만 날렸다고 생각하는 사람. 대학에 진학하진 않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만족감을 얻는 사람.
본인의 꿈과 목표가 대학교에 없다면 굳이 진학할 필요가 있는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왜 고등학교에서는 대학교 진학만이 정답이며, 대학에 진학하면 마치 환상이 펼쳐질 것처럼 열변을 토하는가. 이는 진정으로 학생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얼마나 많은 학생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가에 따라 학교나 본인의 위신이 올라간다고 믿는 교사를 위해서인가. 물론 모든 교사가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학생 개개인의 진로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많지만 말이다.
수능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인도로 떠났고, 이후 세계여행을 통해 책을 출간해 여행작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다. 당연히 대학교 원서 접수는 한 곳도 넣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출결 사항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지만, 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나의 목표 의식은 확고했으니 말이다.
건설 현장에서 처음 해본 사회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