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월곡역 부근에서 자전거로 물건을 배달하는 운전자가 폭설을 뚫고 나가고 있다.
권우성
최근 문제가 되는 요기요의 사례를 들어보자. 요기요는 그 전주에 다음 주 스케줄을 미리 신청해야 근무가 가능하다. 요기요 라이더는 3등급으로 나뉜다. '1등급' 라이더는 전주 수요일부터 그 다음 주 스케줄을 잡을 수 있다. '2등급'은 목요일에, 3등급은 금요일이나 돼야 스케줄 잡는 게 가능하다.
문제는 스케줄을 오픈하는 수요일 오후 3시면 사실상 다음 주 스케줄은 바닥나며, 1등급이 아니면 스케줄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시간을 못 지키고 지각, 조퇴, 노쇼하면 그 다음 주 기사 등급 하락으로 연결된다. 결국 목숨 걸고 조퇴·지각 안 하려고 대소변까지 참아가며 일한다.
AI라는 명목으로 출퇴근 관리를 하면서도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는 방식이다. 또한 직접 고용이 아니니 근로자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 손해 볼 것도 없고 말이다. 요기요 라이더들은 이를 '카스트 제도'라고 한다.
실례로 요기요 라이더 A씨는 운행 중 급제동으로 인해 눈밑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더 운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담당자에게 전화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AI가 등급을 결정하기 때문에 담당자가 사정을 봐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서는 황당해했다. 이후 어쩔 수 없이 피를 흘려가며 스케줄을 소화한 후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런 일은 사실 비일비재하다.
특수고용직이란 형태로 무분별하게 노동력을 축적하는 회사 특성상 전문 라이더가 아닌 일반 초보 노동자의 경우 더욱 사고가 많다. 이제는 도로에서 누구나 배달 라이더의 사고를 빈번하게 목격한다. 댓글 등의 여론을 보면 항상 사고를 라이더의 개인 책임으로 돌린다. '도로 위의 무법자'라며 '신호나 잘 지키라'고 말이다. 이런 사고들이 과연 배달 라이더만의 문제일까?
기술의 발전은 정말 빠르다. 배달 플랫폼은 짧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도 근무조건을 변경한다. 배달 라이더로 지난 1년간 겪은 변화가 너무 커서 내가 똑같은 노동을 하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미래를 생각해 봐도 암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일자리의 질은 점점 나빠지고, 너무 불안정하다.
기술발전과 노동존중은 동시에 가야 한다. 자동차가 개발되면서 사람은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위험해졌다. 이에 따라 교통법규가 만들어지고, 신호등이 생김으로서 안전을 중요시하고 있다. 산업의 발전보다는 사람을 항상 우선해야 한다.
지금 배달 산업은 과속으로 달리고 있지만 교통법규고, 신호등이고 없다. 사람이 다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AI가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법의 보호와 산업의 규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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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유니온 지역 위원장
라이더 유니온 협동 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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