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온 우렁 씻기보호색으로 이끼와 진흙이 묻어있는 우렁을 가볍게 씻어준다음 삶는다.
오창경
주말이 기다려졌다. 직접 우렁을 잡아서 해먹는 리얼 야생의 기분을 나도 느끼고 싶었다. 시골에 살면서도 TV에 나오는 자연인들의 생활을 부러워하는 나는 시골 속의 도시 사람이었다.
얕은 물이 고여 있는 저수지 가에는 사람 키보다 큰 갈대밭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 갈대를 헤치고 들어간 곳에 물이 있었고 가장자리에 우렁이 있다고 했다. 자동차로 지나다니면서 힐끗 쳐다본 풍경 속에 우렁 서식지가 있는 줄은 몰랐다.
바지 장화를 입은 친구가 저수지로 걸어 들어갔고 한 친구는 저수지 가장자리에 쭈그리고 앉자마자 우렁이를 건져내었다. 내 눈에는 돌멩이로 보였던 것이 우렁이였다. 어느새 내가 본 우렁이 중에서 가장 큰 우렁이들이 양동이에 한가득 들어 있었다.
선뜻 저수지 물에 손을 담그기도 그렇고 신발에 진흙을 묻혀가며 우렁이를 잡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기사를 핑계로 사진만 찍어댔다.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배지 않은 일은 하기가 쉽지 않다.
소년 시절을 함께 보낸 중년 친구들의 우렁 사냥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논밭일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에 우렁을 잡거나 민물새우 등의 반찬거리를 잡는 '수렵'에 해당하는 일은 소년들이 맡았다. 나물을 뜯는 '채취'의 일은 소녀들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