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번동에 있는 건강의집은 심각한 장애 판정을 받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하기 위해 2019년 3월에 시작되었으며 현재 직원은 의사 2명, 간호사 2명, 행정직 1명으로 총 5명이다.
건강의집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만성질환이 유행하고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이 의료기관 중심에서 커뮤니티 케어로 변화하고 있다.
아직 생소한 용어인 커뮤니티 케어. 장애인, 고령자 또는 환자가 병원이나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최대한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걸 가리킨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더 일찍 경험한 일본에서는 커뮤니티 케어와 방문진료가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나, 방문진료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이다.
방문진료를 주로 하는 '건강의집 의원'의 홍종원 원장을 만나 '건강의 집'에서 커뮤니티 케어를 구축하는 데 방문진료가 갖는 의미와 방문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민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우선, 방문진료를 주로 하는 병원이 흔치 않은 만큼, '건강의집 의원'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렸다. 방문진료는 어떤 것인지, 현재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건강의 집'은 서울 강북구 번동에 있습니다. 심각한 장애 판정을 받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하기 위해, 2019년 3월에 의사 2명과 간호사 1명으로 개원하였습니다. 현재 직원은 의사 2명, 간호사 2명, 행정직 1명으로 총 5명입니다. 우리 의원은 방문진료, 요양원 촉탁의, 가정간호 등의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가정간호는 간호사가 가정에 방문하여 수액 처치나 비위관 삽입, 소변줄 삽입 등의 처치를 해드리는 겁니다.
외래 진료는 제한적으로 하고 있고요. 방문진료를 주로 합니다. 저는 방문진료로 한 달에 50~60명가량의 환자를 만납니다. 함께 일하는 김창오 선생님은 100명 정도 방문진료를 합니다. 저희는 강북구만이 아니라 인근 노원구, 성북구까지 나갑니다. 중증장애인, 누워만 있어야 하는 와상환자, 요양원의 고령환자 등을 주로 만납니다. 환자분 중에는 생활이 어려운 의료급여 환자분들이 꽤 있습니다.
개원 후 방문을 요청하는 환자가 바로 생기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개원하고 장애인복지관 등을 일일이 찾아가서 저희를 알리고 인사드렸습니다. 개원 초창기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의사 2명, 간호사 1명이 다 같이 가가호호 방문을 하면서 배워나갔습니다. 하지만 점점 경험도 쌓이고 환자 요청이 늘면서 요즘은 의사, 간호사가 각자 혼자서 가정방문을 합니다. 웬만해서는 주말에는 일을 안 하려고 하는데요. 그래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방문하기도 합니다."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으려고 노력"
예전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집에 의사가 방문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낯선 장면이다. 이처럼 왕진은 지금처럼 의료기관이 많지 않았던 60~70년대는 보편적인 의료행위였다. 하지만 응급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이 급증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더욱이 의료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의사들은 왕진보다는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를 진료하길 선호했다. 그러면서 왕진은 그 명맥이 끊겼다. 그러나 최근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대한 요구 증대로, 가구에 방문해 의료를 제공하는 것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왕년의 왕진이 오늘날 방문진료라는 이름으로 부활하고 있다.
"다른 의원은 환자가 직접 찾아오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희는 일일이 예약하고 시간약속 정한 다음 정해진 시간에 방문을 합니다. 일을 해보니 방문진료나 가정간호의 수요가 예상외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응급실 가기는 애매한데 의료가 필요할 것 같은 상황이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저희를 찾습니다.
그런데 의료라는 게 행위와 처지를 하면 수익이 나는 구조잖아요. 그리고 그 처치가 필요한지 결정하는 건 의료인이고요. 실제로 일부에서는 수익을 더 내기 위해, 요양원 방문간호로 수액 등의 과잉처치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개원해서 이루려는 목적이 경제적인 수입은 아니었습니다.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보건복지부는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서 치료받기 힘든 고령 및 중증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2019년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였다. 이에 따라 왕진과 달리, 방문진료의 수가가 정해지고 진료내용과 제공방식이 제도화되었다. 그로써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집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마비(하지·사지마비·편마비 등), 수술 직후, 말기 암 환자, 의료기기 등 부착(산소, 인공호흡기 등), 욕창, 정신과 질환, 인지장애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방문진료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선 의원에서의 참여율은 저조하다. 아무래도 방문진료하는 것이 의료기관의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희의 노동에는 방문일정을 예약하는 것, 가가호호 방문해서 환자 보호자 만나는 일, 그리고 방문 후에도 보호자와 전화상담 하는 것이 다 포함되어 있다 보니 시간이 많이 들고 소진되기 쉽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상담 전화나 방문 요청이 와도 기꺼이 응할 수 있고 환자에게 진심으로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소진되지 않고 여유를 가지도록 노동강도를 조절하려고 합니다.
다른 직원분들한테도 무리할 정도로 방문을 하지는 마시라고 합니다. 저희를 찾은 분이 많아지면 직원을 더 고용하는 방법 또한 있겠으나 그러면 결국 관리의 업무가 더 추가되어 제가 신경 쓸 게 많아집니다. 현재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저희 업무의 질을 높이는 일에 집중하려 합니다."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는 이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