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튀기는 감자는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든다.
박진희
'감자튀김'도 그랬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먹을 때는 세심한 손길이 여러 번 간다는 걸 미처 몰랐다. 감자를 채 썰고 기름에 튀기는 조리과정이 다인 줄 알았다.
이틀 전, 농협하나로마트에서 한 상자 만 오천 원에 팔던 걸 반값에 초특가 반짝 세일을 한다기에 톡을 받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가 사 왔다. 박스를 개봉해 보니 감자가 너무 실해서 튀김용으로 적당하지 않았지만, 모처럼 감자튀김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감자채볶음과 달라서 튀김용으로 감자를 썰 때는 적당히 도톰하게 썬다. 그걸 가는소금 약간을 치고 골고루 섞어서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돌린다. 물기를 말리고 밀가루를 가볍게 입혀 1차로 튀기는데, 귀찮다고 한꺼번에 넣으면 기름 온도가 내려가 감자가 부서지고 최악의 식감을 느끼게 된다. 한번 튀긴 감자는 체에 밭쳐 기름을 빼내다가 기름 온도가 다시 올라갔을 때 한 번 더 튀겨내야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감자튀김이 완성된다.
언젠가 TV 요리경연 대회에 나온 젊은이들이 채 썬 생감자를 기름에 그냥 넣어 사방으로 기름이 튀고 흐물흐물한 감자튀김을 만들어내서 심사위원들에게 기본도 없다고 지적받는 걸 본 적이 있다. 한 끗 차이지만, 그 차이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얼마나 다른지 많은 공부가 됐을 테고, 훌륭한 요리사가 되는 길을 터득했을 것이다.
숱하게 먹었어도 물리지 않는 이유
감자가 야무지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빠듯한 살림에 값이 싸다며 부엌 한 귀퉁이에 하지 감자를 산처럼 쌓아놓고 국이며 졸임, 볶음으로 삼시 세끼 감자 반찬만 먹어야 했던 때가 떠오른다.
유명을 달리 한 모 연예인은 집안이 기울면서 수제비를 물리도록 먹었다고 했다. 성공하면 수제비는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노라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셀 수 없이 먹은 감자 반찬이나 간식이 여전히 좋다.
살림이 어려울 때 감자를 주재료로 만들어 먹던 그 모든 것들은 어찌 그리도 맛있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만들어낼까?' 식구들을 위해 정성을 양념으로 버무린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맛이 더해졌다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수십 년이 지난 오늘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소박했던 그 옛날의 투박한 감자 요리들이 몹시도 그리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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