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대학 방재연구소의 수리시험장 모습. 사천만의 모형이 1:150 축적으로 재현돼 있다.
뉴스사천
남강댐과 사천만 방수로. 이 시설의 수혜지역과 피해지역은 분명하다. 방류량이 크게 줄어드는 남강과 낙동강 본류 쪽은 당연한 수혜지역이요, 반대로 홍수량의 거의 전부를 받아내어야 하는 사천만과 그 주변은 피해지역이다. 어쩌면 '졸지에 전락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그 피해지역의 중심에 사천시가 있다.
남강댐 방류에 따른 피해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어업 피해와 침수 피해. 이 가운데 어업 피해를 놓고는 아직도 정부 또는 한국수자원공사와 어민들 사이에 갈등이 첨예하다. 과거에 이뤄진 보상이 얼마나 적절했느냐를 두고서다.
반대로 침수 피해를 둘러싸곤 지금까지 큰 갈등이 생기지 않았다. 인공 방류구인 가화천 주변으로 지금도 간혹 침수가 발생하지만, 그에 따른 잘잘못을 따지는 쪽으로 문제가 확대되는 일은 드물었단 얘기다. 이는 남강물 방류에 따른 침수 지역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데다, 그에 따른 보상도 이뤄졌음을 뜻한다. 다만 지난해 일어난 침수 피해에 대해선 따져볼 일이 남았다.
이렇듯 어업 피해에 비하면 덜 복잡하면서도 되레 분명해 보이는 침수 피해. 그런데 앞으로는 이 문제가 사천시민들에게 더 심각하게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로 기상 이변이 잦아지는 탓이다. 이는 곧 더 강력한 태풍과 집중호우를 예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껏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폭우와 홍수가 일어날 수 있음을 뜻한다.
2002년에 불어닥친 태풍 루사는 이러한 걱정이 곧 현실임을 깨닫게 했다. 이 태풍은 강원도 강릉 지역에 하루 동안 870.5mm라는 어마어마한 비를 쏟아부었다. 이러한 강수량은 이전까지의 통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태풍 루사의 기록적 폭우는 남강댐에도 흔적을 남겼다. 200년 빈도의 강수에 견디도록 설계된 남강댐의 최대 순간 홍수 유입량은 1만400㎥/s이다. 1초에 1만 400톤의 물이 들어오는 경우를 예상하고 댐을 지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태풍 루사 때의 남강댐 순간 최대 유입량은 1만4818㎥/s이었다. 200년 빈도 강수량을 40%가량 넘어선 수치였다.
이에 정부는 전국의 댐과 하천 관리 정책을 새롭게 가져가기로 한다. 그리하여 나온 것이 '치수 능력 증대 사업'. 오늘날 말하는 '남강댐 안정성 강화 사업'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 사업의 핵심은 과거에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는 상황을 가정하고, 더 많은 물을 더 빨리 빼는 데 있다. 이는 곧 남강댐의 사천만 순간 방류량을 더 늘림을 뜻한다. 방류에 따른 침수 피해가 앞으로 훨씬 더 커질 것을 예고한 거나 마찬가지다. 사천시와 사천시민들이 남강댐 방류에 따른 침수 피해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남강댐에서 사천만으로 방류량을 늘린다면 어디까지 어떤 침수 피해가 일어날까. 한국수자원공사는 일찌감치 이 물음에 답을 찾아야 했다. 그래야만 이러저러한 대책을 세우겠노라며 사천시민들에게 사천만 방류구 확장 필요성을 얘기할 수 있을 테니까.
이에 수자원공사는 2009년 4월에 옛 진주산업대학교(현 경상국립대) 산학협력단에 연구 용역을 맡겼다. '남강댐 방류량 변화에 따른 하류지역의 수리 안전성 분석 연구'였다. 쉽게 설명하면, 남강댐 방류량 변화에 따라 방류구 하류 즉, 사천만의 바다 수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고, 그 영향으로 사천만으로 흘러드는 다른 여러 하천에는 어떤 영향을 주며, 마침내 사천시 일대에 어떤 침수 피해가 생기겠는가를 예측하는 연구였다. 이 연구의 결과는 같은 해 9월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