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의 대표주자 격인 비트코인이 6천8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대안 가상화폐) 가운데 이더리움 클래식과 비트코인 캐시 등도 급등했다. 사진은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표시된 코인 시세.
연합뉴스
하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도 암호화폐의 정체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방 정부의 입장과 달리, 주별로 암호화폐의 '화폐성'을 인정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가 자산이라면 이를 취득할 때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지만, 정작 부가가치세를 요구하는 주는 드물다. 영국 역시 암호화폐를 통화로 인정하면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소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암묵적으로 암호화폐의 '자산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를 자산도 화폐도 아닌 상품으로 인식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독일은 암호화폐로 물건을 사는 행위를 물물교환이라고 보고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 상품으로 상품을 산다고 본 것. 상품 또한 큰 틀에서 보면 '자산'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와 함께 소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도 암호화폐를 무형자산이 아닌 금융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동건 한밭대 교수는 지난달 13일 한국조세정책학회가 개최한 조세정책 세미나에서 "가상통화가 무형자산의 성격을 가지는 것은 물리적 실체가 없기 때문일 뿐"이라며 "계약이 없는 점을 제외하면 가격 변동 폭, 펀드·선물거래 편입 등 신종 금융자산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상대로 무작정 세금만 부과하겠다고 나선 건 아니다. 세금 만큼이나 강력한 투자자 보호책도 갖고 있다. 암호화폐 관련 사고를 막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금결제법과 금융상품법을 두 차례에 걸쳐 개정해온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 2016년 '자금결제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면서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켰다. 가상통화교환업이라는 개념도 새롭게 만들어, 금융청에 등록된 암호화폐 거래소만 운영되도록 했다. 또 계좌를 개설할 때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게 하는 등 거래소에 몇 가지 의무도 부과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당시 일본 최대 거래소였던 코인체크가 평상시 투자자들의 돈을 '핫 월렛(Hot Wallet)'에 넣어두고 관리하다 약 5억6000달러에 해당하는 코인을 해킹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전자 지갑은 핫 월렛과 콜드 월렛(Cold Wallet) 개념으로 나뉘어 있다. 콜드 월렛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는, 오프라인에서 작동하는 지갑을 뜻하며 핫 월렛은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입출금 가능한 통장의 개념이다.
해당 사건으로 일본 금융청은 2019년 거래소에 이용자를 보호할 의무를 부여하는 등 다시 법 개정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해킹을 예방하기 위해, 거래소에 개인 투자자들의 암호화폐는 콜드 월렛에 보관하게 했다. 불가피하게 핫 월렛에 암호화폐를 보관해야 할 경우 투자자의 인출권 보호를 위해 거래소가 같은 양의 암호화폐를 갖고 있도록 했다. 또 암호화폐나 파생상품을 매매할 때 가격 변동을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정해두기도 했다.
미국도 주별로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책을 만드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뉴욕 주 재정 서비스부(NYDFS)는 지난 2014년 가상자산 특화 법률인 '비트 라이선스(BitLicense)' 초안을 발표했다. 이 법률에 따르면, 뉴욕 주에 기반을 두고 있거나 뉴욕 거주자를 대상으로 암호화폐 사업을 벌이는 모든 업체는 NYDFS로부터 면허를 받아야 한다.
이 면허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신청자의 신상이나 사업 이력, 주요 주주 정보와 수혜자 등 정보를 포함한 수십장의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최소 자금 기준이 뒤따르는 데다 각종 의무들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사업 행위를 장부에 기록하는 의무부터 업체의 주요 변화를 보고할 의무, 사이버 보안을 지킬 의무 등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국내 가상자산 불법 유출이나 시세조종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각국의 이용자 자산 보호책을 국내 법령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우리 법령은 일본과 유사해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이용자 자산 안전보관 의무나 이용자에 대한 변제 재원 마련 의무 등을 참고할 만하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 각종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손실까지 보존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투자자 특히 청년들을 사기 피해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감독할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이어 "현재 정부는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가상자산은 금융자산의 성격 또한 갖고 있다"며 "특히 외국 가산자산 시장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인 세금 포탈, 자금 세탁 등은 금융 자산 쪽 문제들인 만큼 금융당국이 나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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